공부할 때 기분이 좋아야 하는 과학적 이유

공부만 하면 머리가 아프고 집중이 안 되는데, 친구들은 멀쩡하게 하는 이유가 뭘까요?

학창시절 저는 책만 펼치면 머리가 아팠어요. 교실에서 열심히 필기하는 친구들 보면서 ‘쟤들은 뭔가 다른 종족인가?’ 생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죠.

그런데 40대가 되어서야 깨달았습니다. 공부할 때 기분이 좋아야 한다는 건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과학적 사실이었더라고요. 왜 그런지 뇌과학으로 설명해드릴게요.

스트레스가 기억을 차단하는 메커니즘

우선 왜 스트레스받으면 공부가 안 되는지부터 알아볼까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이 코티솔이 문제죠. 해마의 기능을 직접적으로 억제하거든요.

해마는 뭐냐고요? 기억 형성의 핵심 기관입니다.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장기기억으로 저장하는 역할을 하죠. 그런데 코티솔이 이 해마를 마비시켜 버리는 겁니다.

더 심각한 건 편도체와 해마의 상호작용입니다. 편도체는 감정 처리의 중심인데, 부정적 감정 상태에서는 편도체가 해마의 활동을 방해해요. 반대로 긍정적 감정 상태에서는 편도체가 해마를 도와줍니다.

실제로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베타파가 과도하게 발생해서 집중력을 떨어뜨려요. 반면 긍정적 정서 상태에서는 해마에서 세타파가 활발하게 만들어져서 학습 과제에 대한 흥미를 높이고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게 해줍니다.

긍정적 감정이 기억을 2배 강화하는 원리

이제 반대 상황을 볼까요. 기분이 좋을 때는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최근 중국 항저우 사범대학교 연구팀이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44명의 참가자에게 의미 없는 구불구불한 도형을 보여주되, 긍정적·중립적·부정적 감정을 유발하는 이미지와 함께 제시했어요.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긍정적 감정 상태에서 본 도형들을 다음 날 훨씬 더 잘 기억했거든요. 심지어 아무 의미 없는 구불구불한 도형도 말이에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 우리가 공부할 때 배우는 대부분의 내용이 처음엔 ‘의미 없는 구불구불한 도형’과 다를 바 없거든요. 수학 공식이든 영어 단어든 처음 접할 때는 그냥 낯선 기호나 소리일 뿐이니까요.

뇌 활동을 분석해보니 긍정적 감정이 해마를 직접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더 중요한 건 이 활성화 패턴으로 다음 날의 기억 성과를 예측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도파민의 삼중 효과

더 놀라운 건 도파민의 역할입니다.

도파민은 ‘쾌락 호르몬’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학습의 핵심 동력이에요. 세 가지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첫째, 집중력을 극대화시킵니다. 도파민이 분비되면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되면서 주의집중력이 높아져요.

둘째, 기억 형성을 강화합니다. 해마와 연결된 신경회로를 활성화시켜서 정보가 더 깊이 각인되도록 해요.

셋째, 학습 동기를 지속시킵니다. 작은 성취감을 느낄 때마다 도파민이 분비되고, 이게 ‘더 배우고 싶다’는 욕구로 이어져요.

이게 바로 학습의 선순환 구조입니다. 기분 좋게 공부 → 도파민 분비 → 집중력·기억력 향상 → 성취감 → 더 기분 좋게 공부.

신경가소성도 감정에 따라 달라진다

신경가소성이라는 개념도 중요해요. 뇌세포들이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기존 연결을 강화하는 능력을 말하는데요.

긍정적 감정 상태에서는 신경가소성이 크게 향상됩니다. 뇌세포 간 새로운 연결이 활발하게 만들어지고, 이미 형성된 연결도 더 단단해져요.

반대로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신경가소성이 억제됩니다. 새로운 학습이 어려워지고, 기존에 배운 것도 잘 떠오르지 않게 되죠.

이게 바로 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결과가 천차만별인 이유입니다. 감정 상태에 따라 뇌의 학습 능력 자체가 달라지는 거예요.

결국 학습은 뇌가 하는 일이고, 뇌는 감정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걸 기억하세요.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으로 바꿀 수 있다면, 여러분의 학습 효율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거예요.

참고자료

김노마

🧠 뇌과학자. 습관연구가.
뇌과학과 행동경제학을 연구한다. 책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즐긴다. 자기계발과 라이프해킹 관련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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