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만들기에 진심인 당신, 혹시 헬스장에서 이런 실수를 저지르고 있지 않나?
지난주 헬스장에서 목격한 풍경이다. 한 30대 남성이 러닝머신에서 30분간 땀을 뻘뻘 흘린 후 근력운동 구역으로 넘어왔다. 그런데 웨이트를 들기 시작한 지 10분도 안 되어 벌써 지쳐 보였다. 평소 들던 무게도 힘들어했고, 세트 사이 휴식 시간도 점점 길어졌다. 이 광경을 보며 ‘아, 저 사람도 운동 순서의 함정에 빠졌구나’ 싶었다.
과연 유산소 운동을 먼저 해야 할까, 근력 운동을 먼저 해야 할까? 수십 년간 피트니스계를 뜨겁게 달군 이 논쟁에 드디어 과학이 명확한 답을 내놨다.
12주간의 실험이 밝혀낸 충격적 결과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을 뒤집었다. 18-30세 비만 남성 45명을 대상으로 한 12주간의 실험에서, 근력 운동을 먼저 하고 유산소 운동을 나중에 한 그룹이 압도적으로 좋은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근력 운동 우선 그룹은 유산소 운동 우선 그룹보다 체지방 감소량이 현저히 많았다. 특히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는 내장지방 감소 효과가 뛰어났다. 더 흥미로운 건 일상 활동량의 변화다. 근력 우선 그룹은 하루 평균 3,500보를 더 걸었고, 유산소 우선 그룹은 겨우 1,600보 증가에 그쳤다.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우리 몸의 에너지 시스템에 숨어 있다.

글리코겐 고갈, 지방 연소의 열쇠
운동 순서가 중요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우리 몸의 연료 시스템을 알아야 한다. 근육은 주로 두 가지 연료를 사용한다. 첫 번째는 글리코겐이라는 당분으로, 근육에 저장된 즉석 연료다. 두 번째는 지방으로, 장기간 에너지를 공급하는 저장고 역할을 한다.
근력 운동은 주로 글리코겐을 연료로 사용한다. 마치 자동차의 연료탱크를 비우는 것과 같다. 이때 글리코겐이 고갈되면 우리 몸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연료원을 찾아야 한다. 바로 지방이다.
근력 운동으로 글리코겐을 충분히 소모한 상태에서 유산소 운동을 시작하면, 처음부터 지방을 주 연료로 사용하게 된다. 반대로 유산소 운동을 먼저 하면 글리코겐과 지방을 섞어서 사용하다가, 나중에 근력 운동할 때는 이미 연료가 부족한 상태가 된다.
헬스장에서 자주 목격하는 실수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운동 순서를 잘못 설정하고 있다. 가장 흔한 패턴은 다음과 같다.
먼저 “몸을 풀어야 한다”는 생각에 러닝머신부터 올라가는 경우다. 가벼운 워밍업 수준이 아니라 20-30분간 본격적인 유산소 운동을 한다. 그 후 근력 운동 구역으로 넘어가는데, 이미 에너지가 상당히 소모된 상태라 집중도가 떨어진다.
두 번째는 “유산소 운동이 지방을 태운다”는 잘못된 믿음이다. 물론 유산소 운동도 지방을 연소시키지만, 근력 운동을 먼저 한 후에 하는 유산소 운동이 지방 연소 효과가 훨씬 크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다.
세 번째는 시간 관리 문제다. 피크 타임에 웨이트 기구가 붐빌 때를 피해 먼저 유산소 운동을 하려는 것이다. 이해할 만한 선택이지만, 운동 효과 면에서는 손해를 보는 셈이다.
목적에 따른 올바른 운동 순서
그렇다면 모든 상황에서 근력 운동을 먼저 해야 할까? 목적에 따라 다르다.
체지방 감소가 목표라면 근력 운동을 먼저 하는 것이 확실히 유리하다. 앞서 언급한 글리코겐 고갈 메커니즘 때문이다. 특히 내장지방 감소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건강상 이점도 크다.
심폐지구력 향상이 우선이라면 순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연구 결과에서도 심폐 기능 개선 정도는 두 그룹 간 차이가 없었다. 다만 유산소 운동의 강도와 지속 시간을 최대화하려면 유산소를 먼저 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근력 증대가 목표라면 당연히 근력 운동을 먼저 해야 한다. 유산소 운동으로 미리 피로가 쌓이면 근력 발휘 능력이 떨어져 훈련 효과가 감소한다.
실전에서 적용하는 방법
이론을 실제 운동에 어떻게 적용할까? 몇 가지 실용적인 팁을 제시한다.
워밍업은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본격적인 유산소 운동과 구분해야 한다. 5-10분 정도의 가벼운 걷기나 동적 스트레칭으로 충분하다. 심박수를 크게 올리지 않는 선에서 몸을 풀어주는 것이 포인트다.
근력 운동은 큰 근육군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스쿼트,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 같은 컴파운드 운동을 먼저 하고, 작은 근육을 타겟으로 하는 아이솔레이션 운동을 나중에 한다.
유산소 운동은 근력 운동 후 20-30분 정도가 적당하다. 이미 글리코겐이 어느 정도 소모된 상태이므로, 평소보다 낮은 강도로도 충분한 지방 연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개인차와 현실적 고려사항
물론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공식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연구는 18-30세 비만 남성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여성이나 다른 연령대, 체중 상태에서는 결과가 다를 수 있다.
또한 현실적인 제약도 고려해야 한다. 헬스장이 붐비는 시간대에는 원하는 순서대로 운동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운동을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순서를 바꿔서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낫다.
개인의 체력 수준도 중요하다. 운동 초보자라면 한 번에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모두 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격일로 나누어 하거나, 하루는 근력 운동, 하루는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운동 순서 하나만 바꿔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과학이 증명한 이 간단한 원리를 모르고 있었다면, 오늘부터라도 바꿔보자. 몇 달 후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오늘도 헬스장에서 러닝머신부터 달리려는 사람을 본다면, 이 글을 떠올려보길 바란다. 그리고 혹시 주변에 다이어트로 고민하는 친구가 있다면, 운동 순서부터 점검해보라고 조언해주자. 작은 변화가 만드는 큰 차이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