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왜 이렇게 게으를까? 현명한 뇌 사용법

공부만 조금 해도 머리가 깨질 것 같고, 집중해서 일하면 금세 피곤해지는 우리 뇌.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를 쓰고 있었습니다.

직장에서 하루 종일 머리를 쥐어짜고 집에 오면 완전히 녹초가 되죠.

왜 생각만 해도 이렇게 피곤할까요?

저도 40대 후반이 되니까 예전보다 확실히 집중력이 떨어지는 게 느껴져요. 아침에 멀쩡하게 시작해도 오후만 되면 머리가 무거워지고, 저녁엔 아무것도 하기 싫어집니다.

“머리를 많이 써서 그런가?” 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뇌과학 연구 결과를 보니까 완전히 다른 이야기더군요.

우리가 열심히 생각할 때와 그냥 쉴 때, 뇌가 사용하는 에너지 차이가 고작 5%밖에 안 된다는 겁니다. 말이 됩니까?

모나시 대학의 샤르나 자마다르 교수팀이 전 세계 뇌 연구들을 분석해 봤는데요. PET 스캔과 fMRI로 뇌의 포도당 소비량과 혈류를 측정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어요.

집중해서 버스 시간표를 보든,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든, 추가로 드는 에너지는 겨우 5%. 나머지 95%는 그냥 평상시에도 쓰고 있다는 거죠.

그럼 도대체 우리 뇌는 평소에 뭘 하고 있는 걸까요?

뇌는 사실 24시간 풀가동 중입니다

우리 뇌는 몸무게의 2%밖에 안 되면서 전체 에너지의 20%를 먹어치워요. 신생아는 거의 50%까지 씁니다. 완전 에너지 먹는 하마죠.

뇌가 이렇게 에너지를 많이 쓰는 이유가 뭘까요? 생존을 위한 백그라운드 작업 때문입니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뇌는: • 체온을 36.5도로 유지하고 • 심장박동을 조절하고 * 혈당 수치를 체크하고 • 호르몬 분비를 관리하고 • 외부 위험 요소를 감시합니다

이 모든 게 자동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우리가 잠들어도, TV를 보며 멍때려도 말이죠.

1990년대 중반부터 뇌과학자들이 발견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라는 게 있어요.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때 활성화되는 뇌 네트워크죠.

“저녁에 뭘 먹지?”, “지난주 그 일이 왜 그랬을까?”, “허리가 좀 아픈데…” 이런 생각들이 자동으로 떠오르는 것도 이 네트워크 때문입니다.

진화가 우리를 게으르게 만들었습니다

노스이스턴 대학의 조던 테리오 교수는 뇌의 주요 기능이 ‘예측’이라고 말해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미리 계산해서 몸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거죠. 반응하는 것보다 예측하는 게 에너지를 훨씬 적게 씁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조금만 집중해도 피곤해할까요?

우리 조상들은 칼로리가 부족한 환경에서 살았기 때문입니다.

웨일 코넬 의대의 자히드 파담시 교수가 설명하는 내용이 정말 흥미로워요.

피로감은 에너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에너지를 아끼려는 진화적 본능 때문입니다.

5%의 에너지 증가가 별거 아닌 것 같지만, 20일 동안 계속 집중하면 하루치 에너지를 추가로 쓰는 거예요. 옛날에는 이게 생사를 가를 수 있었겠죠.

뇌는 정보 전달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합니다

더 놀라운 사실이 있어요. 뇌 신경세포들이 의도적으로 느리게 정보를 전달한다는 겁니다.

이론상 뉴런은 초당 500번까지 신호를 보낼 수 있어요. 최적의 정보 전달 속도는 250Hz정도고요.

그런데 실제로는 평균 4Hz로만 작동합니다. 50-60배나 느린 거죠!

게다가 시냅스에서 신호를 보내려고 해도 성공률이 고작 20%예요. 80%는 그냥 실패합니다.

왜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보일까요?

“우리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보내려고 진화한 게 아니라, ATP 한 분자당 최대한 효율적으로 정보를 보내려고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파담시 교수)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연구 결과들이 우리에게 주는 실용적인 교훈들이 있어요.

1. 피로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세요

집중한 후의 피로감은 정상입니다. 진짜 에너지가 부족한 게 아니라 뇌가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신호예요.

무리하지 말고 적당히 쉬어주는 게 맞습니다.

2. 멀티태스킹은 더 피곤하게 만듭니다

여러 일을 동시에 하려면 뇌가 계속 전환해야 해서 더 많은 에너지를 씁니다.

한 번에 하나씩 집중하는 게 실제로 더 효율적이에요.

3. 휴식도 적극적으로 관리하세요

우리가 쉬고 있을 때도 뇌는 95%의 에너지로 중요한 일들을 처리하고 있어요.

좋은 수면, 규칙적인 식사, 적당한 운동으로 이 백그라운드 작업을 도와주는 게 중요합니다.

4. 뇌의 예측 기능을 활용하세요

루틴을 만들어서 뇌가 예측하기 쉽게 만들어주세요.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비슷한 패턴으로 하루를 보내면 뇌가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어요.

뇌는 완벽한 생존 기계입니다

40대가 되고 보니까 정말 느끼는 게, 우리 몸은 생각보다 훨씬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거예요.

뇌가 게으르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은 수백만 년 동안 진화해온 완벽한 에너지 절약 시스템입니다.

생각만 해도 놀라워요. 2%의 무게로 20%의 에너지를 쓰면서, 우리를 살아있게 하고, 복잡한 사고도 할 수 있게 해주고, 그러면서도 에너지는 최대한 아끼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다음번에 피곤하다고 느끼면, “아, 내 뇌가 나를 위해 에너지를 절약해주고 있구나”라고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뇌와 싸우는 게 아니라, 이 놀라운 시스템이 더 잘 작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예요.

그게바로 현명한 뇌 사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노마

🧠 뇌과학자. 습관연구가.
뇌과학과 행동경제학을 연구한다. 책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즐긴다. 자기계발과 라이프해킹 관련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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