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이라고? 당신이 진짜 굶주린 건 따로 있다

일요일 저녁 6시쯤 되면 묘한 불안감이 몰려온다. 주말 내내 쉬었는데도 월요일이 두렵다. “내가 번아웃인가?” 싶어서 휴가도 써보고, 업무 시간도 줄여봤다. 근데 이상하다. 사실 이건 번아웃이 아니다. 당신이 진짜 굶주린 건 휴식이 아니라 의미다.

상담실에서 진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연봉도 올랐고, 직급도 올라갔는데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어요.” 솔직히 나도 그랬다. 겉으로 보기엔 성공한 것 같은데, 속은 텅 빈 느낌. 심리학에서는 이걸 ‘실존적 공허(existential vacuum)’라고 부른다.

번아웃이라고?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번아웃(burnout)은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생긴다. 근데 실존적 공허는 의미 있는 일을 충분히 못 해서 생긴다. 완전히 다른 문제다.

생각해봐. 좋아하는 일 할 때는 밤새도 안 힘든데, 의미 없는 회의는 1시간만 해도 에너지가 쏙 빠진다.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다.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이라는 심리학자가 있다. 나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인데, 거기서 엄청난 걸 발견했다. 생존자들의 공통점은 체력이나 나이가 아니라 목적이었다. “나는 이 일을 끝내야 해”, “가족을 다시 만나야 해” 같은 명확한 이유가 있는 사람들이 살아남았다.

빅터 프랭클이 발견한 것

심리학에는 크게 세 가지 학파가 있다:

  • 프로이트: 인간은 쾌락을 추구한다
  • 아들러: 인간은 권력을 추구한다
  • 프랭클: 인간은 의미를 추구한다

프랭클은 이렇게 말했다. “쾌락과 권력은 생존이 위협받을 때의 동기다. 근데 요즘 우리는 대부분 생존은 해결됐다. 그럼 자연스럽게 더 높은 것, 즉 의미를 찾게 된다.”

여기서 반전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생산성 해킹, 시간 관리, 아침 루틴 같은 걸 배운다. 근데 일 자체에 의미가 없으면 이런 최적화는 아무 소용없다. 빈 그릇을 아무리 효율적으로 닦아봐야 배는 안 찬다.

월요일이 싫은 진짜 이유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다. 당신이 월요일을 싫어하는 건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일이 왜 하는지 모르겠어서다.

저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내향적인 사람들이 스몰토크를 싫어하는 이유는 수줍어서가 아니라 실질적인 내용이 없어서다.” 딱 이거다. 우리가 싫어하는 건 일 자체가 아니라 공허함이다.

상담실에서 보면, 성공한 사람일수록 이 문제로 더 고민한다. 생존은 해결됐으니까 자연스럽게 “내 인생은 왜 사는 거지?” 같은 질문으로 넘어간다. 이건 사치가 아니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진화다.

프랭클은 과거(프로이트)나 현재(쾌락)가 아니라 미래(목적)에 집중했다. “내가 이루고 싶은 게 뭐지?”를 물으라고 했다.

어린 시절 꿈을 떠올려봐

그럼 어떻게 의미를 되찾을까?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이 있다:

1. 어린 시절 꿈을 떠올려봐 초등학생 때 “커서 뭐 하고 싶어?”라는 질문에 뭐라고 답했나? 그때는 돈이나 직급 같은 거 생각 안 했다. 순수하게 하고 싶은 것만 생각했다. 그게 힌트다.

2. 월간/연간 체크인을 해봐 매달, 혹은 매년 이 질문을 해봐: “지금 하는 일이 내 최고의 잠재력을 쓰고 있나?” 솔직하게 대답해봐. 아니라면, 뭘 바꿔야 할까?

3. 작게 시작해봐 당장 직장을 때려치우라는 게 아니다. 일주일에 한 시간만 자원봉사해봐. 내 가치관과 맞는 활동을. 정치든, 교육이든, 예술이든. 그 한 시간이 생각보다 큰 변화를 만든다.

저자는 자기 이야기를 했다. “실험실 전문가”로 성공했는데, 속은 공허했다. 진짜 하고 싶었던 건 정치 개혁이었다. 그래서 Positive Politics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책도 썼다. “이게 내 진짜 목적이다”라고 깨달았을 때, 월요일이 달라 보였다고 한다.

오늘 당장 해볼 수 있는 것

완벽하게 인생을 바꾸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 이 글을 읽고 “아, 나는 번아웃이 아니라 의미 굶주림이구나” 하고 느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작은 실천 두 가지만 해봐:

  • 오늘: 노트에 “10살 때 나는 뭐가 되고 싶었지?”를 적어봐. 떠오르는 대로.
  • 이번 주: 그 꿈과 연결된 활동을 한 시간만 해봐. 유튜브 영상 보기라도 좋다.

이럴 땐 전문가와 함께하는 게 좋다: 공허함이 2주 이상 지속되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잠도 안 오고, 식욕도 없다면 심리상담을 받아봐. 이건 단순한 의미 문제를 넘어섰을 수 있다.

근데 대부분은 그 정도는 아니다. 그냥 삶에 방향이 필요한 거다. 빅터 프랭클 말대로, “삶이 의미를 묻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

참고자료

※ 면책 조항

이 글은 일반적인 심리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전문적인 의료 상담이나 진단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우울감, 불안감이 지속되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 심리상담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이수진

심리연구소에서 심리상담사 겸 콘텐츠 마케터로 일해요. 가끔은 코딩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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