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빼고 일한다는 착각: 30년간 멈춘 몰입도의 비밀

안녕, 심리상담사 수진이다. 요즘 나의 최대 고민은 상담실에서 자주 만나는 한 유형의 사람들이다. 팀장, 매니저, 조직 리더… 직책은 다르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감정적으로 대하면 안 되잖아요, 프로답게 일해야죠.” 그리고 몇 달 후, 같은 사람들이 다시 찾아와 말한다. “팀원들이 도대체 왜 이렇게 무기력한지 모르겠어요.”

사실 이건 감정을 배제한 게 아니라, 감정을 무시하다가 조직 전체를 무기력하게 만든 거다.

심리학에서는 이 현상을 이렇게 설명한다. 인간의 뇌는 감정과 이성을 분리할 수 없다. 뇌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가 수십 년간 연구한 결과가 바로 이거다. 감정이 없으면 합리적 판단도 불가능하다. 근데 우리는 여전히 “감정 빼고 일하자”고 말한다. 대체 뭘 빼고 일한다는 거냐.

대체 감정을 빼면 뭐가 남는다는 거냐

다마지오의 가장 유명한 사례가 있다. “엘리엇(Elliot)”이라는 환자 이야기다. 뇌종양 제거 수술 후 인지 능력은 정상이었지만, 감정을 처리하는 뇌 영역이 손상됐다. 결과는? 의사결정 불능.

아침에 일어나서 양말을 고르는 데 2시간이 걸렸다. 검은색 vs 파란색,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인가를 끝없이 계산했지만 결론을 못 내렸다. 직장에서는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두고 멍하니 앉아 있기만 했다. 정보는 완벽하게 분석하는데, “그래서 뭘 선택할지”를 못 정하는 거다.

여기서 반전이 있다. 감정은 이성의 방해물이 아니라 필수 연료다. 우리가 “이게 맞겠다”고 느끼는 그 찰나의 감각이 없으면, 뇌는 무한 분석에 빠져버린다. 상담실에서 진짜 자주 듣는 말이다. “합리적으로만 생각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결정을 못 내리겠어요.” 당연하다, 네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사실 긍정 감정이 생산성을 올린다

심리학자 바바라 프레드릭슨(Barbara Fredrickson)의 ‘확장-구축 이론(Broaden-Build Theory)’을 보자. 긍정 감정은 주의력과 창의성을 확장시킨다. 반대로 부정 감정은 시야를 좁히고 동기를 떨어뜨린다.

실험 결과가 재밌다. 긍정 감정 상태에서는 문제 해결 시 다양한 옵션을 고려하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아낸다. 반면 불안·두려움 상태에서는 “일단 익숙한 방법”으로만 접근한다. 혁신? 그딴 건 없다.

근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많은 리더들이 이렇게 생각한다. “팀원들이 편하게 느끼면 나태해지는 거 아냐?” 아니다, 완전히 반대다. 심리적으로 안전하고 지지받는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더 도전적인 일을 시도하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프레드릭슨의 연구가 정확히 이걸 증명했다.

Lead From the Heart book cover
이미지 출처: Psychology Today

30년간 직원 몰입도가 정체된 진짜 이유

Gallup 데이터를 보면 소름 돋는다. 지난 30년간 직원 몰입도(employee engagement)가 약 30% 수준에서 멈춰 있다. 경영학 책은 수천 권 나왔고, 리더십 세미나는 넘쳐나는데 왜 아무것도 안 바뀐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다. 우리는 여전히 사람을 기계처럼 다루고 있다. 성과 지표, KPI, 분기별 목표… 다 중요하다. 근데 그걸 달성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 그 사람이 어떤 감정 상태인지, 심리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는지는 관심 밖이다.

상담실에서 만난 한 팀장이 이런 말을 했다. “팀원들한테 감정 관리는 각자 알아서 하라고 했어요. 근데 왜 자꾸 번아웃됐다고 하는 거죠?” 사실 이건 감정 관리가 아니라 감정 외주화다. “네 감정은 네가 알아서 처리해, 나는 결과만 볼게.” 이런 식으로 30년을 버텼으니 몰입도가 30%에서 멈춘 거다.

심장과 뇌가 동기화되는 순간

심장-뇌 동기화(heart-brain coherence)라는 개념이 있다. 심리적으로 안전하고 지지받는다고 느낄 때, 심장 박동과 뇌파가 일치하면서 인지 능력이 최적화된다. 반대로 불안·스트레스 상태에서는 이 동기화가 깨지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심리적 안전감을 느낄 때:

  • 주의력이 확장된다 —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다양한 관점을 고려한다
  •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이 높아진다
  • 지속가능한 성과를 낼 수 있다 — 번아웃 없이 장기전을 버틴다

근데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어떻게 하나? “스트레스 받아도 참고 일해, 그게 프로야.” 이러면 심장-뇌 동기화는 깨지고, 팀원들은 ‘생존 모드’로 전환된다. 생존 모드에서는 혁신·창의·도전 같은 건 사치다. 그냥 오늘 하루 살아남는 게 목표가 된다.

오늘 당장 해볼 수 있는 것

완벽하게 바뀌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자.

1. 팀원의 감정 상태를 묻는다

  • 회의 시작 전 “요즘 어때?”라고 진심으로 묻기
  • 답변을 듣고 “그렇구나, 힘들겠다” 한 마디만 해도 충분하다

2. 실수를 처벌하지 않는다

  • “왜 이런 실수를 했어?” 대신 “다음엔 어떻게 하면 좋을까?”로 질문 바꾸기
  • 실수를 학습 기회로 재정의하는 문화 만들기

3. 성과뿐 아니라 과정을 인정한다

  • “결과는 아쉽지만 네가 시도한 접근 방식은 좋았어”
  • 노력과 시도를 인정받을 때 사람들은 다시 도전한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감정을 배제하고 일한다는 건 뇌를 반쪽만 쓰겠다는 말과 같다. 리더십은 숫자 관리가 아니라 사람의 감정 상태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능력이다. 30년간 멈춰 있던 몰입도를 바꾸고 싶다면, 오늘부터 팀원에게 “요즘 어때?”라고 물어보자. 마침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니까, 지금이 시작하기 완벽한 타이밍일지도.

이수진

심리연구소에서 심리상담사 겸 콘텐츠 마케터로 일한다. 가끔 코딩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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