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기억 강화하면 IQ도 달라진다, 뇌과학이 증명하는 훈련법

IQ는 태어날 때 정해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뇌과학자들은 다른 말을 한다. 지능은 훈련된다. 핵심은 유전자가 아니라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이라는 뇌 기능이다.

머리 좋은 사람들의 뇌, 뭐가 다를까

심리학에서 정의하는 지능은 다섯 가지로 구성된다. 유동 지능, 결정 지능, 기억력, 정보 처리 속도, 추상적 사고 능력.

이 중에서 생활 습관으로 실제로 향상 가능한 것은 셋이다. 유동 지능, 추상적 사고, 그리고 기억력. 나머지 둘, 즉 정보 처리 속도는 나이가 들면서 자연히 느려지고, 결정 지능은 이미 쌓은 지식에 달려 있어서 당장 바꾸기 어렵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이 작업 기억이다. 작업 기억이 좋을수록 유동 지능이 높아진다. 이건 가설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검증된 뇌과학 결론이다.

작업 기억이 뭐길래

기억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보통 “많이 외우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작업 기억은 다르다. 세 가지 기능의 조합이다.

  • 주의를 일정 시간 유지하는 것
  •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내는 것
  • 여러 정신 작업을 동시에 조율하는 것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자.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을 취임 순으로 말해보라. 이승만부터 윤석열까지. 어렵지 않다. 이번엔 반대로. 여전히 된다. 그런데 이 이름들을 가나다 순으로 재정렬해서 말해보라. 갑자기 머리가 멈춘다.

그 순간에 일어나는 일이 작업 기억이다. 저장된 정보를 머릿속에서 꺼내 재조합하고, 순서를 추적하면서 오류를 걸러내는 것. 이게 유동 지능이고, “저 사람 머리 좋다”는 인상을 만드는 기저다.

나이 들수록 기억력이 흐려지는 진짜 이유

작업 기억은 전두엽이 담당한다. 그런데 전두엽은 노화로 가장 먼저 위축되는 뇌 부위다. 쓰지 않으면 줄어든다.

지능 연구자 제임스 플린(James Flynn)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선진국 시민들의 IQ 점수는 꾸준히 올라왔다. 교육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고 방식 자체가 더 추상적이고 과학적으로 바뀐 것이 핵심 원인이었다.

거꾸로 읽으면 이런 뜻이다. 추상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을 할수록 지능이 올라간다.

문제는 현대 생활이 그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스크롤만 내리고, 내일 뭐 먹을지 배달앱 추천으로 결정한다. 스마트폰이 기억하고 알고리즘이 판단한다. 전두엽이 쉬어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작업 기억은 조용히 퇴화한다. (나만 그런 건 아니겠죠.)

작업 기억을 실제로 키우는 방법 3가지

다행히 훈련이 가능하다. 심리학 연구들이 효과를 검증한 방법들이 있다.

첫째, N-back 카드 훈련.

카드 한 벌을 섞어 뒤집어 놓는다. 특정 패를 ‘트리거 카드’로 정한다(Q와 10, 예를 들어). 카드를 한 장씩 뒤집다가 트리거 카드가 나오면, 그보다 두 장 전에 뒤집은 카드를 말한다. 익숙해지면 세 장 전으로 늘린다.

전두엽과 전전두엽 기능 유지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심리학에서 검증된 훈련이다. 카지노에서 카드 카운팅을 하는 사람들이 이미 쓰는 방식이기도 하다. (뇌 훈련이 도박 기술에서 나왔다니, 묘한 기분이지만.)

둘째, 브리지 게임.

브리지는 이미 낸 패와 남은 패를 동시에 머릿속에서 추적해야 하는 게임이다. 작업 기억을 집중적으로 자극한다. 작업 기억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브리지를 잘한다는 연구가 있다. 원인과 결과가 서로를 강화하는 구조다.

셋째, 일상에서 기억에 의존하는 연습.

마트 갈 때 메모 없이 기억으로 간다. 퇴근 후 오늘 업무를 머릿속으로 순서대로 복기한다. 회의 내용을 노트 없이 정리해본다. 번거롭게 느껴지겠지만, 이 불편함이 전두엽을 꾸준히 자극한다.

다들 이런 경험 있지 않나. 점심에 뭘 먹었는지 기억 안 나서 찍어 둔 스마트폰 사진첩을 열어보는 것. 뭐 어쩌겠나. 다들 그렇게 사는데, 그렇게 사는 게 뇌 입장에서는 손해라는 거다.

결론은 이렇다. 작업 기억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으로 키우는 거다. 유동 지능도, IQ도 결국 전두엽이 얼마나 활발히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오늘 하루 메모 없이 장 한 번 봐보시길. 생각보다 뇌가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Photo by SHVETS production on Pexels

김노마

🧠 뇌과학 ・ 습관연구가.
뇌과학과 행동경제학을 연구한다. 책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즐긴다. 자기계발과 라이프해킹 관련 글을 쓴다.

댓글 남기기

※ 본 글에 사용한 모든 이미지는 별도 표시가 없으면 Freepik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