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스마트폰 알람을 끄자마자, 그 자리에서 뉴스 앱을 열어본 적 있으십니까. 그런데 첫 화면을 보고는 그냥 닫아버린 적도.
요즘 주변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이젠 아침에 뉴스 안 봐요. 하루가 시작도 되기 전에 지치더라고요.”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2025 디지털 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성인 40%가 의도적으로 뉴스를 피하고 있다고 합니다. 역대 최고 수치입니다. 이유는 한결같습니다. 기분이 나빠지고, 압도당하는 기분이 든다고.
그런데 이게 의지 문제가 아닙니다.
뇌는 원래 나쁜 소식을 먼저 처리하도록 설계됐습니다
인지과학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발견 중 하나가 있습니다.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이라는 겁니다. 인간의 뇌는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를 더 빨리 처리하고, 더 강하게 반응하고, 더 오래 기억합니다.
이유는 진화에 있습니다. 수만 년 전, 풀숲의 바스락 소리를 그냥 흘려들은 사람은 포식자에게 당했습니다. 그 소리에 즉시 반응한 사람이 살아남아 후손을 남겼습니다. 위험을 먼저 처리하는 뇌가 생존에 유리했습니다. 그 뇌가 지금 우리 머릿속에 그대로 있습니다.
문제는 뇌는 그대로인데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겁니다.
지금 우리 뇌가 감당하는 정보의 양
수만 년 전에는 위협이 내 주변 몇 킬로미터 안에만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출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열면, 전쟁 소식, 대형 사건, 경기 침체, 기후 재난이 한 화면에 동시에 쏟아집니다. 점심 전에.
Nature Human Behaviour에 실린 연구에서 실제 뉴스 헤드라인 10만 5,000개 이상을 분석했습니다. 부정적 단어가 하나씩 늘어날수록 클릭률이 올랐고, 긍정적 단어는 반대 효과를 냈습니다. 미디어도 알고 있는 겁니다. 나쁜 소식이 더 클릭된다는 걸. 그래서 더 많이 만들어집니다.
결과는 신체로도 나타납니다. 심각한 수준의 ‘뉴스 과소비 증후군(Problematic News Consumption)’을 가진 미국 성인이 전체의 17%에 달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이들 중 61%는 몸이 불편하다고 느꼈습니다. 뉴스를 과소비하지 않은 그룹에서는 6%였습니다. 꽤 큰 차이입니다.
그냥 안 보면 되지 않을까요
솔직히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냥 안 보면 그만 아닌가. 그런데 그게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더군요.
정확한 정보를 차단하면 오히려 잘못된 정보에 더 취약해집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이미 허위 정보의 확산 자체를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뉴스를 완전히 끊으면 이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결국 뉴스를 안 보는 게 아니라, 어떻게 볼 것인지를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뉴스와 건강하게 공존하는 4가지 방법
연구자들이 제안하는 방법들입니다. 뻔해 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차이가 납니다.
1. 뉴스 확인 시간대를 정해두세요. 알람 직후, 자기 직전이 가장 해롭습니다. 하루 한두 번, 정해진 시간에만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항상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는 감각이 줄어듭니다.
2. 양보다 깊이를 선택하세요. SNS 피드의 짧고 자극적인 포스트보다, 제대로 취재된 기사 하나가 정보도 많고 감정 소모도 적습니다. 스크롤 열 번보다 긴 글 하나가 낫습니다.
3. 정보와 행동을 구분하세요. 스트레스 연구에서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인식이 심리적 고통을 가장 잘 예측하는 변수로 꾸준히 꼽힙니다. 뉴스를 고를 때 한 가지만 물어보세요. ‘이걸 읽고 내가 실제로 할 수 있는 게 있는가?’ 그 기준으로 걸러내면 소비하는 뉴스의 질이 달라집니다.
4. 분노 유발 콘텐츠를 알아채세요. ‘레이지 베이트(rage bait)’라는 말이 있습니다. 화를 돋워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된 콘텐츠입니다. 이런 것이 존재한다는 걸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그 안에서 끌려다니는 빈도가 줄어듭니다. 인식이 거리를 만들어줍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뉴스를 보면 불안해지는 건 의지 문제가 아닙니다. 뇌가 수만 년 전부터 그렇게 설계돼 있고, 지금의 정보 환경이 그 한계를 훨씬 넘어섰을 뿐입니다. 뉴스를 끊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뇌가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조율하면 됩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뇌와 싸울 수는 없으니 뇌에 맞게 습관을 바꾸는 수밖에요.
오늘 저녁, 자기 직전 뉴스 확인을 한 번만 건너뛰어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