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요 현상 반복되는 진짜 원인, 지방세포 기억 때문입니다

다이어트에 실패하면 많은 분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의지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야.”

그런데 아닙니다. 적어도 과학은 그렇게 말하지 않거든요.

2026년 2월, 스위스 연방 공과대학(ETH 취리히) 연구팀이 Nature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지방세포는 비만 상태를 세포 수준에서 ‘기억’합니다. 살을 뺀 뒤에도 그 흔적이 사라지지 않아요. 요요가 반복되는 진짜 원인이 여기에 있습니다.

요요가 반복되는 건 의지력 문제가 아닙니다

살을 빼도 몸이 다시 비만으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있는 건, 세포가 비만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ETH 취리히의 Ferdinand von Meyenn 교수팀은 비만 수술을 받은 사람들의 지방 조직을 수술 전후로 비교했습니다. RNA 시퀀싱이라는 기법으로 개별 세포의 유전자 활동을 측정했는데요.

체중이 체질량지수(BMI) 기준으로 약 25% 줄어든 후에도, 지방세포의 일부 유전자는 여전히 이상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대사 기능과 염증을 조절하는 유전자들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은 거예요.

연구팀은 이 변화가 에피게놈(epigenome)에 새겨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에피게놈이란 무엇인가요?

에피게놈은 세포에게 “어떤 유전자를 읽어라”고 지시하는 스위치 시스템입니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는 동일한 DNA를 갖고 있지만, 간세포는 간 역할을, 지방세포는 지방 저장 역할을 합니다. 에피게놈이 각 세포에 맞는 유전자만 켜고 끄기 때문이에요.

비만 상태에 오래 노출되면 이 스위치 설정 자체가 바뀝니다. 문제는 살을 빼도 스위치가 쉽게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이거든요. 마치 오랫동안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 있다가 자세를 고쳐도 근육이 바로 적응하지 못하는 것처럼, 세포의 ‘자세’도 한번 굳으면 잘 바뀌지 않습니다.

생쥐 실험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비만 상태의 지방세포는 정상 체중으로 돌아온 후에도 에피게놈 변화가 유지됐습니다.

한번 살이 쪘다면, 세포는 이미 바뀌어 있습니다

비만을 경험한 생쥐는 같은 양을 먹어도 처음부터 비만이 아닌 생쥐보다 살이 더 빨리 찝니다.

한번 비만이 됐다가 정상 체중으로 돌아온 생쥐에게 고지방 식이를 다시 줬더니, 비만을 경험하지 않은 생쥐보다 훨씬 빠르게 살이 쪘어요.

원인을 분석해보니, 비만을 경험한 지방세포는 포도당과 지질을 흡수하는 능력이 ‘약간 과잉 상태’로 조율되어 있었습니다. 영양분을 더 적극적으로 끌어당기도록 미세 조정된 셈이에요.

이것이 바로 “먹는 양이 똑같은데 나만 살이 더 잘 찐다”는 느낌의 생물학적 근거입니다.

게다가 지방세포는 사람의 몸에서 최대 10년까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한번 새겨진 에피게놈 변화가 장기간 유지될 수 있다는 의미예요.

요요를 반복할수록 면역세포도 달라집니다

지방을 기억하는 건 지방세포만이 아닙니다. 면역세포도 비만을 기억합니다.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의 William Scott 교수팀이 Nature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비만 수술 후 지방 조직 내 면역세포(대식세포) 숫자는 크게 줄었지만, 그 세포들의 염증적 특성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살은 빠졌어도 몸속 염증 상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거예요.

더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생쥐 연구에서 살을 뺐다 찌웠다를 반복한 그룹은, 그냥 계속 비만 상태를 유지한 그룹보다도 면역세포의 에피게놈 변화가 더 심하게 나타났습니다. 요요 반복이 단순히 살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대사 건강 자체를 더 나쁘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도 다이어트를 포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단기 체중 감량도 대사 건강에 실질적인 도움을 줍니다. 에피게놈 기억이 있어도요.

von Meyenn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연구는 체중 감량이 의미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왜 체중 유지가 어려운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연구자들은 지금 에피게놈의 변화를 리셋할 수 있는 방법을 탐색 중입니다. GLP-1 계열 약물이 세포 기억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연구 중이고요. 지방뿐 아니라 뇌, 간, 근육에도 비슷한 기억이 있을 수 있다는 가설도 나오고 있습니다.

영양사의 한마디

요요 현상은 의지력이 약한 게 아닙니다. 세포 수준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현상입니다.

영양사로서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 사실이 오히려 자기비판을 멈출 이유가 된다는 점이에요. 내 몸이 나를 배신한 게 아닙니다. 다만 오래된 기억을 바꾸는 데 시간이 더 걸릴 뿐이에요.

그리고 연구가 강조하는 것처럼, 살이 찌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기도 합니다. 극단적인 다이어트보다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식습관이 세포 기억에도 훨씬 친절합니다.

느려도 괜찮습니다. 멈추지만 않는다면요!

나나

영양사. 식품컬럼니스트. 요가와 PT를 즐기고 자연식물식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다. 영양제 보다 자연식품을 통해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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