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하나로 관계를 바꾸는 5가지 대화 기술

“제 강점은 ~이고요, 경력은 ~입니다.” 네트워킹 자리에서 이렇게 말한 적 있지 않나? 나도 그랬다. 근데 상대는 고개만 끄덕이고 금방 다른 사람한테 간다. 뭐가 문제였을까.

사실 문제는 답변이 아니라 질문이었다. Amazon에서 Principal Engineer로 일했던 Steve Huynh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묻는 질문이 당신이 주는 답변보다 더 많은 것을 전달한다.”

그는 Pragmatic Engineer Conference에서 CTO들에게 “당신 회사의 근본적인 기술 문제는 뭔가요?”라고 물었다. 자기소개 대신 질문 하나로. 그리고 그 질문 하나가 더 깊은 대화를 만들어냈다. 대체 어떤 질문이길래.

왜 질문이 답변보다 강력한가

심리학에서는 이걸 “메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부른다. 질문은 단순히 정보를 얻는 도구가 아니다. 질문 자체가 “나는 이 정도 수준으로 생각한다”는 신호다.

“당신 회사는 뭐 하는 회사예요?”라고 물으면 상대는 이렇게 생각한다. ‘아, 이 사람은 아직 우리 회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근데 “당신 회사의 근본적인 기술 문제는 뭔가요?”라고 물으면? ‘어, 이 사람 꽤 깊이 생각하는데?’ 같은 질문인데 전달되는 메시지가 완전히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전문성을 말로 증명하려고 한다. “저는 ~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근데 가장 빨리 성장하는 커리어는 질문으로 방 전체를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들의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질문이 답변보다 훨씬 강력하다.

“이미 알고 있다”고 보여주는 질문

역량을 보여주는 가장 빠른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모르는 척하지 않는 거다. 대부분 사람들이 묻는 수준보다 한 단계 위에서 질문하면 된다.

예를 들어봤다. 새 회사에 입사했다고 치자.

표면적 질문: “이 프로젝트는 뭐 하는 건가요?”
본질적 질문: “이 프로젝트가 해결하려는 근본 문제는 뭔가요?”

표면적 질문: “팀 구조가 어떻게 되나요?”
본질적 질문: “이 팀 구조를 선택한 이유가 뭔가요?”

차이가 보이나? 첫 번째는 “나 아무것도 몰라요”고 말하는 거다. 두 번째는 “나는 이미 기본은 알고, 그 이유를 이해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거다. 질문 하나로 당신이 생각하는 수준이 드러난다.

상대의 위치에 맞춰서 질문의 ‘고도’를 조절하는 게 핵심이다. CTO한테는 기술 세부사항보다 전략적 의사결정을 물어봐라. 신입한테는 “지금 어떤 부분이 제일 궁금해?”라고 물어봐라. 상대 눈높이에 맞춘 질문이 신뢰를 만든다.

빠르게 신뢰를 쌓는 질문 공식

새로운 환경에 들어갔을 때 가장 중요한 건 “나 빨리 배우는 사람이에요”라고 보여주는 거다. 근데 그걸 말로 하면 오히려 역효과다. 질문으로 보여줘야 한다.

공식은 간단하다. “내가 이해한 건 이거고, 모르는 건 이거예요.”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예시를 줄게.

  • “우리가 X 방식을 쓰는 걸 봤는데, Y 대신 X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 “이게 성공하면 내년에 뭐가 가능해지나요?”
  • “이 작업이 플랫폼 팀이 만드는 거랑 어떻게 연결되나요?”

세 번째 질문 좀 봐라. “나는 지금 내 일만 보는 게 아니라 전체 그림을 생각하고 있다”는 신호를 준다. 회의에서 한 번만 이런 질문 해봐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또 하나 중요한 건 why 질문이다. “왜 이렇게 했어요?” 이 질문은 비난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진심으로 이해하고 싶다는 톤으로 물으면 상대는 자기 결정의 맥락을 설명하게 된다. 그리고 당신은 그 과정에서 조직의 의사결정 방식을 배운다. 일석이조다.

회의를 살리는 여섯 단어

회의가 산으로 가는 순간 있지 않나? 20분째 같은 얘기 반복하고, 결론은 안 나고, 다들 지쳐 있고. 이럴 때 누군가 이렇게 물어본다.

“지금 우리가 결정해야 할 건 뭐죠?”

딱 여섯 단어. 근데 이 질문 하나가 회의를 살린다. 왜냐면 누구를 탓하지 않고 초점을 다시 맞추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시간 낭비해?”가 아니라 “우리 지금 뭐 하려고 했더라?” 이 뉘앙스가 중요하다.

Steve Huynh는 이걸 “노이즈를 뚫는 질문”이라고 불렀다. 복잡하게 꼬인 대화를 단순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질문. 상담실에서도 비슷한 걸 쓴다. “지금 당신이 제일 힘든 게 뭐예요?” 이 질문 하나로 30분 동안 돌고 돌던 얘기가 핵심으로 수렴된다.

회의에서 이런 질문 할 수 있는 사람은 문제 해결자로 보인다. 비난하지 않고, 명확하게 만들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다음 회의에서 한 번 써봐라. 분위기 바뀌는 거 체감할 거다.

오늘부터 쓸 수 있는 질문 체크리스트

정리하면 이렇다. 5가지 질문 유형을 기억해라.

  • 역량 입증 질문 — 한 단계 높은 수준에서 본질을 묻기 예: “이 결정의 배경은 뭐였나요?”
  • 빠른 학습 질문 — 이해한 것 + 모르는 것 조합하기 예: “X를 쓰는 걸 봤는데, Y 대신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 높은 관점 질문 — 지금 일을 전체 전략과 연결하기 예: “이게 성공하면 내년에 뭐가 가능해지나요?”
  • 핵심 파악 질문 — 산으로 가는 대화를 다시 모으기 예: “지금 우리가 결정해야 할 건 뭐죠?”
  • 관계 깊이 질문 — 상대 말에 진심으로 후속 질문하기 예: “왜 그렇게 접근하셨어요?” “그 부분 더 듣고 싶어요.”

한 가지만 기억해라. 상대가 뭔가 의미 있는 말을 했을 때, 내 이야기로 받아치지 마라. 대신 물어봐라. “왜 그렇게 하셨어요?” “더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이 작은 차이가 관계를 완전히 바꾼다.

질문 하나가 당신이 누군지 말해준다. 답변보다 훨씬 강력하게.

마침 다음 주 회의가 있다면 지금이 완벽한 타이밍일지도. 자기소개 대신 질문 하나로 시작해봐라. “지금 당신 팀의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뭔가요?” 이 질문 하나로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

이수진

심리연구소에서 심리상담사 겸 콘텐츠 마케터로 일한다. 가끔 코딩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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