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건데요”라는 말이 상대의 자신감을 무너뜨리는 4가지 이유

회의 중에 “이건 간단한 문제인데요”라고 말했다가 분위기가 싸해진 적 있지 않나? 분명 악의는 없었다. 그냥 내가 보기엔 정말 간단했을 뿐이다. 근데 상대는 얼굴이 굳어진다. 사실 이건 당신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소하다”, “간단하다”는 말이 가진 무서운 심리 효과 때문이다.

“사소하다”는 말, 왜 듣는 사람은 불편할까?

심리학에서는 이걸 “지식 격차(Knowledge Gap)”라고 부른다. 내게 쉬운 건 상대에게도 쉬울 거라고 착각하는 거다. 근데 여기서 재밌는 게 있다. 말하는 사람은 자기 기준으로만 난이도를 평가한다는 거다.

소프트웨어 개발 커뮤니티 리서치에 따르면 “trivial(사소한)”이라는 단어가 팀 내 심리적 안전감을 가장 많이 해치는 표현 중 하나로 꼽혔다. 왜일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렇게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게 사소하다고? 나만 어렵게 느끼는 건가? 나는 뭔가 부족한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한마디가 상대의 자존감과 대화 의지를 동시에 무너뜨린다.

사기꾼 증후군을 키우는 한마디

“나만 이해 못 하는 건가?” 상담실에서 진짜 자주 듣는 말이다. 먼저 말해줄게. 아니다, 너만 그런 거 절대 아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불안감을 “사기꾼 증후군(Impostor Syndrome)”이라고 부른다. 자기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언젠가 내가 실력 없다는 게 들킬 거야”라고 두려워하는 심리 상태다. 근데 여기서 반전이 있다. “사소하다”는 말 한마디가 이 증후군을 활성화시킨다.

직장인 심리 연구에 따르면:

  • 스트레스 상태에서 “간단한 건데”라는 말을 들으면 불안감이 2배 증가
  • 특히 신입이나 경력 전환자에게서 사기꾼 증후군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남

말하는 사람은 격려하려고 한 말이다. “이 정도면 너도 할 수 있어”라는 뜻으로. 근데 듣는 사람은 정반대로 받아들인다. “이런 것도 못 하는 나는 무능한 사람인가?”

진짜 문제는 복잡함을 숨긴다는 거다

겉보기엔 간단해 보이는 것도 내부는 복잡하다. 예를 들어볼까? “로그인 버튼 하나만 추가하면 돼”라는 요청. 개발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한다.

  • 인증 시스템 설계
  • 세션 관리
  • 보안 취약점 검토
  • 비밀번호 암호화
  • 에러 핸들링
  • 반응형 디자인 적용

“간단한” 버튼 하나에 최소 6단계가 숨어있다. 근데 “이거 사소한 건데 왜 시간이 오래 걸려?”라고 물으면? 상대는 자기 고민이 무시당했다고 느낀다.

한 가지 도움이 되는 방법이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 물어보는 거다. “어떤 부분 때문에 시간이 필요할까요?”라고 물으면, 상대는 자기 상황을 설명할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당신도 실제 복잡성을 이해하게 된다.

토론이 멈추는 순간

“이건 명백한 문제잖아요.” 이 말이 나오는 순간 회의가 끝난다. 더 이상 아무도 의견을 내지 않는다. 왜일까?

심리학에서는 이걸 “조기 종료 효과(Premature Closure)”라고 부른다. 누군가 문제를 “사소하다”고 규정하면, 다른 사람들은 “내 의견은 중요하지 않구나”라고 느낀다. 팀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따르면:

  • 대안 탐색 기회 63% 감소 — “사소하다”는 표현 후 새로운 아이디어 제시 급감
  • 의사결정 속도는 빨라지지만 품질은 떨어짐 — 빠른 합의 ≠ 좋은 결정

더 위험한 건, 진짜 중요한 의견이 묻힐 수 있다는 거다. 누군가 보안 취약점을 발견했는데, “그건 사소한 문제니까 나중에”라는 말 한마디에 넘어갈 수도 있다. 결과는? 나중에 큰 사고로 이어진다.

그럼 어떻게 말해야 할까?

완벽한 커뮤니케이터가 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부터 이 3가지만 바꿔보자.

오늘 당장 해볼 수 있는 것

1. “사소하다” 대신 “어떤 부분이 어려울까요?”

  • ❌ “이건 간단한 건데 왜 시간이 필요해요?”
  • ✅ “어떤 부분 때문에 시간이 필요할까요?”

2. 난이도는 질문으로 확인하기

  • ❌ “이 정도면 금방 끝나겠죠?”
  • ✅ “예상 작업 시간이 어느 정도일까요?”

3. 상대의 관점 인정하기

  • ❌ “이게 왜 어렵죠? 저는 금방 했는데”
  • ✅ “제 경험상 [구체적 방법]으로 해결했는데, 도움이 될까요?”

솔직히 나도 그랬다. 상담실에서 “이건 간단한 문제예요”라고 말한 적 있다. 근데 상대는 그 “간단한 문제” 때문에 몇 달을 고민했다. 그날 이후로 절대 그 단어를 안 쓴다.

참고자료

이수진

심리연구소에서 심리상담사 겸 콘텐츠 마케터로 일해요. 가끔은 코딩도 하고.

댓글 남기기

※ 본 글에 사용한 모든 이미지는 별도 표시가 없으면 Freepik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