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힘들수록 효과가 있다”는 말이 있다. 근육통이 없으면 제대로 운동한 게 아니라는 속설도 빠짐없이 따라붙는다. 그런데 호주 에디스 코완 대학교(Edith Cowan University)의 스포츠 과학자 켄 노사카(Ken Nosaka)는 정반대의 주장을 내놓는다. 근육이 ‘늘어나는’ 구간에만 집중하면 더 적은 에너지로 더 큰 근력 자극을 얻을 수 있다고. 정녕 근육을 키우는 데 극한의 피로는 필수인가?
편심성 운동이란 무엇인가
편심성(eccentric) 운동은 근육이 수축하면서도 길어지는 구간, 즉 ‘내려놓는 동작’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덤벨을 천천히 바닥으로 내리는 동작, 스쿼트 하강, 계단 내려가기가 대표적이다. 우리가 평소 대충 지나치던 바로 그 구간이다. 일반적인 운동은 근육이 짧아지는 구간(올리기, 당기기)에 힘을 주지만, 편심성 운동은 반대로 중력에 저항하며 천천히 내려오는 데 초점을 맞춘다.
노사카가 Journal of Sport and Health Science에 발표한 리뷰에 따르면, 이 구간에서 근육에 가해지는 힘은 수축 구간보다 오히려 크다. 그는 이를 “모든 사람에게 이상적인 운동 방식”으로 규정한다.
왜 더 적은 에너지로 더 큰 효과가 나는가
여기서 잠시 근육 생리학을 살펴보자. 근육이 늘어나면서 힘을 발휘할 때, 에너지 소비는 적지만 근육에 걸리는 기계적 부하는 더 크다. 같은 시간 운동해도 수축형보다 편심형이 더 강한 자극을 근육에 남긴다는 뜻이다.
골프에 비유하면 이렇다. 클럽을 빠르게 휘두르는 스윙(수축)보다 팔로 스루 후 클럽을 천천히 제자리로 되돌리는 마무리(편심)가 팔 근육에 더 큰 자극을 준다. 노사카는 이 원리를 “더 많은 이득, 더 적은 피로(more benefit for less effort)”로 요약한다.
데이터도 뒷받침한다. 2017년 연구에서 비만 여성 3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12주간 각각 계단 내려가기와 계단 올라가기를 반복하게 했다. 편심(내려가기) 그룹이 심박수·혈압·체력 지표 모두에서 더 큰 개선을 보였다.
근육통이 걱정된다면
편심성 운동의 단점으로 자주 꼽히는 건 지연성 근육통(DOMS)이다. 처음 시작하면 다음 날 평소보다 뻐근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편심성 운동 자체를 꺼린다.
그러나 노사카에 따르면 DOMS는 근육 섬유 손상보다는 염증 반응에 의해 발생하며, 강도를 점진적으로 늘리고 동일한 동작을 반복하면 크게 줄어든다. 처음 1주는 가볍게, 이후 조금씩 반복 횟수를 늘리는 것으로 충분하다. 몸이 적응하면 근육통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편심 사이클링 연구에서도 강도를 서서히 올렸을 때 근력·균형 감각·심혈관 건강이 동시에 개선됐다.
헬스장 없이 시작하는 편심 운동 3가지
장비도, 멤버십도 필요 없다. 일상에서 이미 하고 있는 동작을 조금 다르게 수행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 계단 내려가기: 강남역, 홍대입구 어느 지하철역이든 출퇴근길 계단을 천천히 내려간다. 발을 내딛을 때 3~5초에 걸쳐 내려놓는 것을 의식하면 그것으로 충분한 편심 자극이 된다.
- 슬로우 스쿼트 하강: 의자에 앉을 때 5초를 세며 천천히 내려간다. 서는 동작은 평소대로 빠르게 해도 괜찮다. 회사 의자, 집 소파 모두 활용할 수 있다.
- 덤벨 로우 마무리: 덤벨이 있다면 올리는 시간의 3배 이상을 들여 천천히 내린다. 10kg 덤벨로 천천히 내리는 동작이 20kg으로 빠르게 내리는 것보다 근육에 더 큰 자극을 줄 수 있다.
노사카는 중력에 저항해 바른 자세로 서 있는 것조차 편심 운동의 일종이라 말한다. 생각해보면 이미 우리는 하루 종일 편심 운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그 효과를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운동을 포기하게 만드는 건 게으름이 아니라 “고통 없이는 성과 없다”는 오래된 공식일지 모른다. 편심성 운동은 그 공식을 다시 쓴다. 덜 힘들어야 더 오래 지속할 수 있고, 더 오래 지속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운동의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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