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없이 쉽게 따라하는 행복 호르몬 관리법

우리 뇌 속 화학물질이 행복의 비밀을 쥐고 있다면 어떨까요? 그것도 약물 없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면요?

  • 현대인의 정신건강 문제 대부분은 뇌 속 행복 호르몬(DOSE) 불균형에서 비롯되며, 이를 이해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 행복 호르몬은 약물 없이도 일상 습관만으로 조절 가능하며, 이 글에서 소개하는 실용적 방법들은 즉시 적용할 수 있습니다.
  • 각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우울감 감소, 불안 완화, 대인관계 개선, 자존감 향상 등 종합적인 웰빙을 도모합니다.

흔히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신경전달물질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DOSE라는 약자로 부르는데요. 도파민(Dopamine), 옥시토신(Oxytocin), 세로토닌(Serotonin), 엔도르핀(Endorphin)의 첫 글자를 따온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우리가 행복한 느낌을 갖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네 가지 물질이죠.

저는 10년 넘게 이 신경전달물질들이 어떻게 우리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해왔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이 물질들의 분비를 어느 정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오늘은 이 비밀을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행복의 화학적 비밀, 그런데 뭐가 문제일까요?

케이크에는 밀가루, 달걀, 우유가 들어가지만 이 재료들의 상대적 비율에 따라 맛있는 케이크가 되기도 하고 맛없는 케이크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의 뇌도 마찬가지예요.

모든 사람의 뇌에는 동일한 화학물질들이 존재하지만, 그 상대적 비율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생깁니다. 의사소통을 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자신을 인식하는 일 모두가 여러 화학물질들의 상대적 비율로 결정되는 거죠.

요즘 현대인들의 가장 큰 문제는 뭘까요? 바로 행복을 느끼는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우울증, 불안장애, 무기력증 등 정신 건강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어요. WHO의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4.4%가 우울증을, 3.6%가 불안장애를 앓고 있다고 합니다.

더 심각한 건 이런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해결책을 외부에서만 찾는다는 점이에요. 약물, 술, 쇼핑, 소셜미디어 등 일시적인 쾌락을 주는 것들에 의존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장기적으로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일으키죠.

그렇다면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DOSE 신경전달물질들이 언제, 왜, 어떻게 분비되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건강하게 조절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식입니다.

자, 이제 각 신경전달물질을 자세히 살펴보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알아봅시다.

DOSE 신경전달물질

💗 옥시토신 – 신뢰와 유대의 열쇠 (사랑/유대감)

옥시토신은 흔히 ‘사랑 호르몬’이라고 불립니다. 다른 사람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포옹을 하거나 키스를 할 때 분비되는 이 물질은 인간관계와 유대에 깊이 관여합니다.

옥시토신이 낮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다른 사람에 대한 친밀감을 느끼는 것이 어렵고, 공감을 잘 하지 못하거나,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을 즐기지 않게 됩니다. 심지어 우울감과 공격적 성향이 짙어지고, 삶에서 기쁨과 환희를 느끼지 못하게 될 수도 있어요.

흥미로운 점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옥시토신이 정확히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겁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그러면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더 받게 되는 악순환이 생기죠.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행복 호르몬 충전소] 옥시토신 높이기

  • 포옹하기, 손 잡기, 마사지 같은 신체 접촉
  • 선물 주기, 사랑한다고 말하기
  • 명상하기, 따뜻한 물에 목욕하기
  • 반려동물과 놀기
  • 호감 가는 사람과 깊은 대화 나누기

특히 중요한 건 의식적으로 신뢰의 느낌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다른 사람을 일단 의심하고 보는 것이 기본값이 되어버렸어요. 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다면 옥시토신 분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가끔은 새로 사귄 친구에게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거나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해보세요. 물론 작은 실망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지만, 이런 작은 신뢰의 경험들이 쌓이면 더 강한 유대감으로 이어지고 옥시토신 분비도 촉진됩니다.

제 경험상, 솔직한 의사소통과 약속을 지키는 간단한 원칙만으로도 주변에 신뢰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육감을 조금 더 신뢰하고, 사람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며, 타인의 선의를 믿어보세요.

😊 세로토닌 – 자신감의 분자 (자신감/기분)

세로토닌은 ‘자신감 분자’라고도 불리는데요. 세로토닌 수치가 높으면 거절을 당해도 덜 민감하게 반응해서 자존감을 지켜내고, 의도적으로 자신이 능력 있고 자존감이 충만한 상황을 찾아가도록 합니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는 우울감과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동기를 잃게 됩니다.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도 않고 세상에 나아가려는 마음도 없어져요. 자신에게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거나 변화에 대처할 능력이 있다고 믿지 못하게 되는 거죠.

그러나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세로토닌 자체가 자신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하는 상황이 되기도 해요. 자존감이 낮다는 것은 세로토닌 수치가 낮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세로토닌 수치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행복 호르몬 충전소] 세로토닌 높이기

  • 이미 이뤄낸 성취에 초점 맞추기
  • 가끔 자신에게 도전하기
  •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을 때를 돌이켜보기
  • 자신을 신뢰하기
  • 더 나은 식생활 (발효식품, 유산균 등)
  • 20분이라도 햇볕 쬐기
  • 자신의 잠재적 리더십 찾아내기
  • 자신감 있게 한계를 분명히 하기


세로토닌은 건강한 식습관과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체내에서 분비되는 대부분의 세로토닌은 장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과일과 채소, 통곡물,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한 가공하지 않은 음식, 김치, 콤부차, 요구르트와 같은 발효 식품, 유산균을 챙겨 먹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연구하면서 발견한 중요한 점은 세로토닌 수치도 서서히 그리고 꾸준히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거예요. 한꺼번에 갑자기 바꾸기보다는 오랜 시간에 걸쳐 자긍심을 기르는 작은 발걸음을 꾸준히 내딛는 것이 핵심입니다.

🏃‍♂️ 엔도르핀 – 천연 진통제 (운동/에너지)

엔도르핀이라는 이름은 ‘안으로부터(endogenous)’라는 단어에 진통제인 ‘모르핀(morphine)’을 합성해서 만들어졌습니다. 말 그대로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천연 진통제인 셈이죠.

엔도르핀의 주된 역할은 통증을 감추고 불편을 참는 일을 더 쉽게 만드는 것입니다. 고통이나 스트레스가 닥치면 바로 분비되는데, 이는 생존과 직결된 메커니즘입니다.

야생에서 엔도르핀은 부상을 입거나 병에 걸린 동물이 통증을 무시하고 계속 몸을 움직여 포식자를 피할 수 있도록 해서 생존 가능성을 높여줍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음식을 먹고 스킨십을 하고 운동을 할 때도 엔도르핀을 분비합니다.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로 유명한 현상(달리기를 하면서 체력적 한계까지 자신을 밀어붙일 때 잠깐 경험하는 환희의 순간)도 엔도르핀 때문입니다. 우울증 치료 시 항상 운동을 처방하는 이유도 운동으로 분비되는 엔도르핀이 고통을 줄여주는 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에요.

엔도르핀 수치를 건강하게 높이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행복 호르몬 충전소] 엔도르핀 높이기

  • 격렬한 운동하기 (특히 달리기)
  • 스트레칭하기
  • 진심으로 웃기
  • 매운 음식 먹기
  • 다크 초콜릿 먹기
  • 향기로운 에센셜 오일 사용하기
  • 성적 친밀감 나누기
  • 음악 듣기와 춤추기


제가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웃음의 힘입니다. 웃음은 단순히 기분 좋은 행위가 아니라 내장에 자극을 줘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합니다. 코미디 영화를 보거나, 웃음 요가에 참여하거나,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엔도르핀 수치를 높일 수 있어요.

🎯 도파민 – 보상과 동기부여의 열쇠

마지막으로 도파민은 ‘보상 화학물질’이라고도 불립니다.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느끼는 그 좋은 느낌, 바로 도파민 때문입니다.

도파민은 우리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하며, 성취감을 느끼게 합니다. 도파민 수치가 적절하면 우리는 열정적이고, 생산적이며, 목표 지향적이 됩니다.

반면 도파민이 부족하면 무기력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일상적인 활동에서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중독 또한 도파민과 깊은 관련이 있는데, 알코올, 약물, 도박, 소셜미디어 등은 모두 도파민을 급격히 분비시켜 일시적 쾌감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도파민 수용체를 둔감하게 만듭니다.

도파민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행복 호르몬 충전소] 도파민 관리하기

  • 큰 목표를 작은 단계로 나누기
  • 성취한 일들을 기록하고 축하하기
  • 규칙적인 생활리듬 유지하기
  • 충분한 수면 취하기
  • 명상과 마음챙김 실천하기
  • 도파민 디톡스 (소셜미디어, 스마트폰 사용 제한)
  • 자연 속에서 시간 보내기
  • 신체 활동 늘리기

저도 도파민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특히 도파민 디톡스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주기적으로 SNS와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고, 자연 속에서 산책하는 시간을 늘리니 일상의 작은 기쁨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었어요.

행복한 뇌를 위한 종합 관리법

지금까지 각각의 신경전달물질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이제 이들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 네 가지 물질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겁니다. 한 가지 물질만 과도하게 추구하면 다른 물질과의 균형이 깨지고 오히려 행복감이 줄어들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도파민만 지나치게 추구하면 중독과 같은 불균형이 생길 수 있습니다. 세로토닌 없이 옥시토신만 추구하면 건강하지 못한 의존적 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고요.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종합 관리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균형 잡힌 생활: 일, 관계, 건강, 취미 등 삶의 여러 영역에서 균형을 유지하세요.
  2. 신체 활동: 규칙적인 운동은 모든 행복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합니다.
  3. 건강한 식이: 장내 미생물과 신경전달물질 생성에 도움이 되는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세요.
  4. 질 좋은 수면: 수면은 뇌의 화학적 균형을 회복하는 필수 과정입니다.
  5. 사회적 연결: 깊고 의미 있는 관계를 통해 옥시토신을 건강하게 분비하세요.
  6. 스트레스 관리: 만성적 스트레스는 모든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무너뜨립니다.
  7. 감사와 기쁨: 일상의 작은 기쁨과 감사를 실천하면 세로토닌과 도파민 분비가 촉진됩니다.
  8. 자연과의 연결: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면 모든 DOSE 호르몬의 균형이 개선됩니다.

자신만의 행복 레시피 찾기

우리 모두는 고유한 신경 화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엔도르핀 활성화가 더 필요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은 세로토닌 균형이 필요할 수도 있죠.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행복 레시피를 찾는 것입니다. 오늘 소개한 방법들을 시도해보면서 어떤 것이 자신에게 가장 효과적인지 관찰해보세요.

그리고 기억하세요.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입니다.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평생에 걸친 과정이에요.

우리 뇌는 놀라울 정도로 적응력이 뛰어납니다. 꾸준한 실천을 통해 신경 회로를 재구성하고, 더 행복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여러분만의 행복한 뇌 만들기, 지금 시작해보세요!

참고자료

김노마

🧠 뇌과학자. 습관연구가.
온라인 매거진 편집자로서 자기계발과 라이프해킹 분야의 글을 쓰고 있다. 뇌과학, 행동경제학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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