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NF부터 도파민까지, 20분 운동이 뇌에 주는 선물

고작 20분 운동으로 뇌에서 ‘기적’이 일어난다는 얘기, 믿을 수 있겠어?

지난주 점심시간이었다. 늘 그렇듯 사무실 근처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놓고 폰을 보고 있었다. 인스타그램 릴스를 무한 스크롤하다 보니 어느새 20분이 지나갔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매일 이렇게 점심시간을 보내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마침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헬스장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20분 PT 체험” 광고였다. 20분? 그것도 운동이라고 할 수 있나 싶었지만, 뭔가 끌리는 게 있었다. 그날 바로 신청했다.

첫 경험은 솔직히 별로였다. 20분 동안 버피와 마운틴 클라이머, 스쿼트 점프로 죽을 맛이었다. 샤워하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겉으로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오후 업무를 할 때 집중력이 평소보다 훨씬 좋았다. 3시쯤 찾아오는 그 지독한 졸음도 없었고, 머리가 맑았다. 이게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뇌에서 벌어지는 ‘호르몬 파티’

궁금해서 찾아본 연구 결과들이 정말 놀라웠다. 20분간의 운동이 뇌에 미치는 영향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즉각적이고 강력했다.

운동하는 동안 뇌에서는 마치 EDM 페스티벌이 벌어지는 것처럼 여러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이 춤을 춘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주인공은 BDNF(뇌유래 신경영양인자)다. 쉽게 말하면 뇌의 ‘영양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운동을 시작하면 20분 안에 이 BDNF가 분비되기 시작한다. 마치 뇌에 고급 영양제를 주입하는 셈이다.

다음은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우리가 ‘보상’을 느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게임에서 레벨업할 때 느끼는 그 짜릿함과 같은 물질이다. 운동을 하면 도파민이 분비돼서 집중력과 주의력이 급격히 향상된다. 내가 점심시간 운동 후 오후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거다.

세로토닌은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린다. 기분을 조절하고 우울감을 줄여준다. 운동 후 기분이 좋아지는 건 단순히 ‘운동했다’는 성취감 때문만이 아니다. 실제로 뇌에서 행복을 느끼게 하는 화학물질이 분비되고 있는 것이다.

운동의 즉각적 효과가 이렇게 강력하다고?

여기서 정말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운동 효과는 생각보다 즉각적이고 강력하다는 거다.

여러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운동의 ‘당일 효과’가 상당히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운동생리학 연구들에 따르면, 단 한 번의 운동만으로도 뇌에서 BDNF 같은 성장인자가 분비되고 인지기능이 향상된다고 밝혀졌다.

더 흥미로운 건 운동을 마친 후 2-3시간 동안 지속되는 ‘골든타임’이다. 이 시간대에는 학습능력과 기억력이 평소보다 현저히 향상된다. 내가 점심시간 운동 후 오후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꾸준한 운동이 더 좋지만, 단기적으로는 ‘필요할 때만’ 운동해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 정말 게임 체인저다.

20분 운동, 이제 어떻게 시작할까?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척 힐만(Chuck Hillman) 박사팀이 진행한 MRI 연구에 따르면, 20분간의 유산소 운동을 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시험 성적이 훨씬 좋았다고 한다. 더 놀라운 건 MRI 영상에서도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다는 거다. 운동한 아이들의 뇌에서는 ‘실행 제어’ 중심부인 기저핵 영역이 훨씬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국스포츠심리학회가 발표한 연구에서도 20분간의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HIIT)이 30분간의 운동보다 BDNF 분비와 인지 기능 향상에 더 효과적이었다고 밝혔다.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강도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읽어보니 어떤가? 20분 운동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나? 나처럼 의심스럽더라도 일단 한 번 시도해보길 추천한다.

시작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내일 점심시간에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해보자. 사무실 주변을 빠르게 걸어보자. 집에서 유튜브 홈트레이닝 영상을 따라해보자. 헬스장에 갈 필요도 없고, 비싼 운동복을 살 필요도 없다.

중요한 건 심박수를 올리는 거다. 약간 숨이 차고 땀이 날 정도면 충분하다. 처음엔 10분부터 시작해서 점차 늘려가도 된다.

20분이라는 시간, 생각보다 충분하다. 매일 몇 시간씩 운동할 필요도 없고, 복잡한 운동을 배울 필요도 없다. 그저 20분 동안 심박수를 올리고 땀을 흘리는 것만으로도 뇌는 우리에게 놀라운 선물을 준다. 더 나은 집중력, 향상된 기억력, 좋아진 기분, 그리고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까지.

다음 번 점심시간이 되면, 카페 대신 운동화를 신어보는 건 어떨까? 20분 후 달라진 오후를 경험하게 될 거다. 뇌과학이 증명한 이 작은 기적을 직접 체험해보길 바란다.

참고자료

찬호

교육을 전공하고 현재 피트니스 쪽에서 일한다.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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