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모임일수록 갈등이 더 치명적인 이유와 현명하게 관계를 지켜나가는 5가지 방법을 실제 경험담으로 풀어본다.
안녕, 심리상담사 수진이다. 오늘은 내가 직접 겪은 쓰라린 경험담을 들려줄까 한다.
작년 가을,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던 독서모임이 있었다. 처음엔 정말 즐거웠다. 같은 책을 읽고 다양한 시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신선했고, 멤버들과 점점 친해지는 과정도 좋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미묘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떤 멤버는 항상 책을 다 읽고 와서 깊이 있는 분석을 했다. 반면 어떤 멤버는 책을 절반만 읽고 와서 “아, 시간이 없어서…”라며 웃어넘겼다. 처음엔 괜찮았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익명 설문조사를 하게 됐다. 그 결과를 발표하는 날, 모임은 완전히 깨져버렸다. 6개월 동안 함께 웃고 떠들던 사람들이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하나둘 나가기 시작했다.
그날 밤, 단체 채팅방에서 나가는 사람들의 알림음을 들으며 정말 가슴이 아팠다.
왜 작은 모임이 더 쉽게 깨질까?
심리상담을 하면서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독서모임, 등산모임, 요리모임, 스터디 그룹… 정말 다양하다. 그런데 규모가 작을수록 갈등이 더 치명적이다.

실제로 2019년 BookBrowse에서 전 세계 북클럽 회원 4천 명을 조사했더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가장 큰 불만 1위가 ‘너무 주도적인 사람들’이었다. 2위는 ‘불규칙한 참석’, 3위는 ‘책을 안 읽고 오는 사람들’이었다. 딱 내 독서모임에서 일어난 일들이었다.
그럼 왜 작은 모임에서 이런 문제들이 더 심각해질까?
첫 번째 이유는 ‘친밀함의 역설’이다. 작은 모임은 서로 친밀해지기 쉽다. 하지만 그 친밀함이 오히려 기대치를 높인다. “우리 사이인데 이 정도는 이해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같은 생각이 생기는 거다.
두 번째는 ‘역할의 모호함’이다. 회사처럼 명확한 규칙이 없다 보니 각자의 기대가 다르다. 누군가는 “재미있게 놀자”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진짜 제대로 해보자”고 생각한다. 이 차이가 갈등의 씨앗이 된다.
세 번째는 ‘작은 집단 특유의 압박감’이다. 10명 모임에서 한 명이 빠지면 10%가 사라지는 거다. 그래서 한 명 한 명의 참여도나 태도가 전체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갈등의 3단계, 당신의 모임은 어디쯤일까?
작은 모임의 갈등에는 단계가 있다.
1단계: 불편함의 싹 – “어? 이상하네?” 하는 순간들이 생긴다. 늘 지각하는 사람, 준비 안 하고 오는 사람, 분위기를 주도하려는 사람… 하지만 아직은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어간다.
2단계: 속마음 터뜨리기 – 불편함이 쌓여서 누군가가 문제를 제기한다. 이때가 정말 중요하다. 잘 처리하면 더 좋은 모임이 되고, 잘못 처리하면 완전히 깨진다.
3단계: 관계 파탄 – 감정이 상하고 서로 공격하기 시작한다. 이 단계에 오면 되돌리기 어렵다.
중요한 건 2단계에서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내 독서모임은 이 단계에서 실패했다.
현명하게 갈등을 넘어서는 5가지 방법
1. 처음부터 ‘약속’을 정하자
모임을 시작할 때 함께 규칙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 모임은 어떤 성격인가?” “어느 정도 준비해서 올까?” “지각하면 어떻게 할까?” 같은 것들 말이다.
딱딱한 규칙보다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약속”이라는 느낌으로 접근하자. 예를 들어 “책을 다 못 읽어도 와도 되지만, 읽은 부분까지는 진지하게 얘기해보자” 같은 식으로 말이다.
2. ‘다름’을 인정하는 연습
사람마다 모임에 참여하는 이유가 다르다. 누군가는 진짜 열심히 배우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어 한다. 둘 다 틀리지 않았다.
“우리 각자 다른 이유로 여기 있고, 그게 자연스러운 거야”라고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그러면 갈등이 생겼을 때도 “이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우리가 다르구나”로 받아들일 수 있다.
3. 감정보다 상황을 먼저 말하자
갈등이 생겼을 때 “너 때문에 기분 나빠”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방어적이 된다. 대신 “요즘 모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함께 얘기해보면 어떨까?”처럼 상황 중심으로 접근하자.
내 독서모임에서도 “몇 명이 책을 안 읽어와서 속상해”보다는 “우리가 원하는 토론 깊이와 현실 사이에 간격이 있는 것 같아”라고 표현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거다.
4. 작은 불편함을 빨리 해결하자
작은 불편함을 계속 참으면 언젠가 폭발한다. “이 정도는 말하기 민망해”라고 생각하지 말고, 가볍게 얘기해보자.
“○○이가 맨날 늦게 와서 우리가 기다리게 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처럼 문제를 함께 해결할 과제로 프레임을 바꿔보자.
5. 때로는 거리두기도 필요하다
모든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정말 맞지 않는 사람이 있고, 그럴 때는 거리를 두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등을 돌리기보다는 “지금은 서로 다른 걸 원하는 것 같으니 각자 맞는 모임을 찾아보자”는 식으로 성숙하게 마무리하자.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것
독서모임이 깨진 후 몇 달 동안 정말 아팠다. 하지만 그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게 있다. 완벽한 모임은 없다는 것. 그리고 갈등을 피하는 것보다 잘 다루는 게 중요하다는 것.
지금은 새로운 모임을 시작했다. 이번엔 처음부터 서로의 기대를 솔직하게 나누고, 작은 불편함이 생기면 바로 얘기하기로 했다. 완벽하지 않지만 훨씬 편안하다.
작은 모임에서의 갈등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다. 서로 다른 게 당연하고, 그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함께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가는 것. 그게 바로 성숙한 커뮤니티의 모습이 아닐까?
당신의 모임은 어떤가? 지금 작은 불편함이 있다면, 혹시 이번 기회에 한 번 얘기해보는 건 어떨까? 분명히 더 좋은 모임이 될 거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