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정치적으로 나뉘는가 – 뇌과학이 밝히는 정치 성향의 비밀

여러분은 자신의 정치적 견해가 어떻게 형성됐다고 생각하시나요? 가정환경? 학교 교육? 사회적 경험? 아니면 자신의 합리적 사고와 가치관의 결과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 성향이 경험과 학습, 그리고 숙고의 결과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최신 과학 연구들은 이러한 상식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우리의 정치 성향은 태어나기도 전에 상당 부분 결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치적 동물의 두 얼굴: 보수와 진보

세계 각국에서 보수와 진보의 대립은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습니다. 같은 사실을 두고도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는 이들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생각할 수 있지?” “왜 저 사람들은 이런 명백한 사실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존 R. 히빙, 케빈 B. 스미스, 존 R. 알포드가 공저한 『정치 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는 이러한 현상의 근원을 과학적으로 파헤칩니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충격적입니다. 우리의 정치 성향은 단순한 환경적 영향이나 합리적 판단의 결과가 아니라, 상당 부분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뇌, 우리 정치 성향의 숨은 설계자

최신 뇌영상 기술을 활용한 연구들은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의 뇌 구조와 기능에 눈에 띄는 차이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책에 따르면, 편도체(감정 반응을 관장하는 뇌 부위)의 크기 및 신경망의 반응성이 두 집단 간에 차이를 보입니다.

보수주의자들은 혐오스럽거나 위협적인 이미지에 대해 더 강한 생리적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자들은 이를 “부정 편향”이라고 부르며, 이것이 보수주의자들이 질서와 안전을 중시하는 성향과 연관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반면 진보주의자들은 새로움과 변화에 대한 수용성이 더 높은 신경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흥미로운 실험 결과들을 소개합니다. 한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주며 피부 전기 반응을 측정했는데, 보수적 성향의 사람들은 불쾌하거나 위협적인 이미지에 더 강한 생리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다른 연구에서는 얼굴 인식 테스트에서 공화당 성향의 학생들이 민주당 성향의 학생들보다 모호한 표정을 더 위협적이거나 지배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정치 성향에 따른 인식 차이의 결과는 주의 패턴보다 다소 명확하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보수주의자는 혐오스러운 이미지와 위협적인 이미지를 더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더 긍정적으로 인식한다는 증거가 있다.” – 『정치 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199쪽

쌍둥이가 말해주는 정치적 유전

보수와 진보의 성향 차이가 선천적이라는 주장의 가장 강력한 증거는 쌍둥이 연구에서 나옵니다. 저자들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일란성 쌍둥이는 이란성 쌍둥이보다 정치적 견해의 일치도가 훨씬 더 높았습니다.

특히 충격적인 사례는 생후 4주 만에 서로 다른 가정에 입양되어 자란 일란성 쌍둥이인 짐 루이스와 짐 스프링어의 경우입니다. 이들은 담배, 맥주, 자동차 브랜드 선호도부터 학창 시절 좋아하는 과목, 취미, 심지어 지병까지 놀라울 정도로 유사했습니다. 정치적 성향 역시 마찬가지였죠.

저자들은 단호하게 말합니다: “일단 확립된 정치 성향은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이다. 나이가 들면서 정치 성향이 보수적으로 변한다는 말은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타고난 성향을 지닌 학생의 정치 성향은 결코 바뀌지 않으며, 그러한 성향이 없는 학생은 변화할 만한 기반이 부족하다.” (320쪽)

정치적 동물의 진화사

왜 인간은 정치적으로 서로 다른 성향을 갖게 되었을까요? 저자들은 이에 대한 해답을 진화의 관점에서 찾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본래 정치적 동물이다”라고 말했듯이, 인간은 집단 생활을 통해 생존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두 가지 전략이 발전했다는 것이 저자들의 설명입니다.

원시 인류는 생존을 위해 자원의 획득과 분배의 위험이 도사리는 환경에서 살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내집단의 안정과 안전을 중시하는 보수적 성향과 새로움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진보적 성향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 가능성을 높였을 것입니다.

보수적 성향은 위험을 회피하고 집단의 결속을 다지는 데 유리했을 것이고, 진보적 성향은,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저자들은 이를 “적대적 공생” 관계로 설명합니다. 두 성향이 서로를 견제하고 보완하면서 인류 집단 전체의 생존 가능성을 높였다는 것입니다.

환경의 역할은 없는가?

그렇다면 성장 환경, 교육, 사회적 경험은 우리의 정치 성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일까요? 저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유전적 요인이 중요하지만, 환경은 “초기의 제한적인 유전 변이를 증폭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즉, 유전적으로 약간의 성향 차이가 있는 사람들이 특정 환경에 노출되면서 그 차이가 확대되고 강화된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저자들은 후성유전학(유전자의 활성화를 조절하는 메커니즘에 관한 학문)의 관점에서 환경이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이는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이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시사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과 의견이 합리적이라고 믿고 싶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처럼 주변 환경에 대한 무의식적인 생리적, 심리적 반응은 우리의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37쪽)

정치적 양극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보수와 진보의 차이가 단순히 정보 부족이나 논리적 오류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서로 다른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말 그대로 세상을 다르게 인식하고, 다르게 느끼며, 다르게 반응합니다.

저자들은 이러한 인식이 오히려 정치적 갈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상대방의 견해가 단순히 잘못되었거나 비합리적이라고 치부하는 대신, 근본적으로 다른 생물학적 기반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더 생산적인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두 부류는 ‘아종(subspecies)’이라는 현실을 인정해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들의 공통점을 찾기보다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편이 더 현실적이다.” (337쪽)

물론 이러한 주장은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 ‘아종’이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결정론적으로 들릴 수 있으며, 정치적 차이를 생물학적 차이로 환원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비판도 가능합니다. 실제로 이 책은 일부 독자들에게 불편한 진실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들의 의도는 분명합니다. 우리가 서로의 근본적인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할 때, 비로소 건설적인 대화와 필요한 타협을 이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과학과 민주주의의 공존

『정치 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가 제기하는 질문은 깊이 생각해볼 만합니다. 만약 정치 성향이 상당 부분 생물학적으로 결정된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 가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합리적 논쟁과 토론을 통한 합의 도출이라는 이상은 여전히 유효할까요?

저자들은 이러한 의문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합니다. 정치 성향에 생물학적 기반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정치적 논쟁이나 민주적 과정의 무용론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민주주의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 책은 우리에게 정치적 차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상대방의 정치적 견해를 단순히 ‘틀렸다’고 판단하는 대신, 근본적으로 다른 생물학적 토대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더 건설적인 대화와 공존의 방법을 모색할 것을 권합니다.

우리의 정치 성향을 결정하는 것이 단순히 합리적 판단이 아니라 뇌의 구조와 유전적 특성이라는 사실은 처음에는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오히려 서로 다른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하고 타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민주주의의 성공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결론: 생물학과 정치, 그 새로운 대화의 시작

『정치 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는 정치와 생물학이라는 얼핏 관련 없어 보이는 두 영역 사이의 흥미로운 연결고리를 밝혀냅니다. 뇌과학, 유전학, 진화심리학 등 다양한 과학 분야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우리의 정치적 사고방식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합니다.

이 책이 제시하는 관점은 우리가 정치적 대립과 양극화를 바라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단순히 ‘다른 의견’을 가진 것이 아니라, 세상을 근본적으로 다르게 인식하고 반응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때, 우리는 보다 생산적인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 책의 주장에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정치 성향이 얼마나 유전적이며, 환경의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이러한 발견이 민주주의와 정치적 담론에 어떤 함의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논쟁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정치 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가 우리의 정치적 견해 형성에 대한 풍부한 통찰을 제공하고, 궁극적으로는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 사이의 이해와 대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현대 민주주의가 직면한 양극화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이념은 곧 우리다. 인간관과 마찬가지로 이념에 종언을 고할 수는 없다.” (80~81쪽)

김노마

🧠 뇌과학자. 습관연구가.
뇌과학과 행동경제학을 연구한다. 책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즐긴다. 자기계발과 라이프해킹 관련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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