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Shift를 켜면 수면에 좋다는 말.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그런데 시각 신경과학자가 색채측정기로 직접 측정해보니, 결론은 전혀 달랐습니다.
Night Shift, 언제부터 켰습니까
스마트폰을 처음 설정할 때 Night Shift부터 켜는 분들이 있습니다. “화면이 따뜻한 색으로 바뀌면 눈도 편하고 잠도 잘 온다”는 걸 어디선가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Night Shift를 켜놓고도 잠이 잘 안 오더군요. 내 문제인지 기능이 효과 없는 건지, 의심도 못 했습니다.
최근 시각 신경과학자 Patrick Mineault가 이 의문을 정면으로 파고들었습니다. SpyderX 색채측정기로 Night Shift가 실제로 빛을 어떻게 바꾸는지 수치화했습니다. 결과는 기대 이하였습니다.
블루라이트 차단이 효과 없는 이유 — 멜라놉신의 비밀
블루라이트 차단의 논리 자체는 그럴듯합니다. 눈 안에는 멜라놉신(melanopsin)이라는 광수용체가 있고, 이게 빛에 반응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합니다. 그러니 파란빛을 줄이면 잠이 잘 온다는 겁니다.
문제는 전제가 틀렸다는 데 있습니다. 멜라놉신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빛은 파란색이 아닙니다. 파란색(S-콘)과 녹색(M-콘) 사이, 즉 청록색(cyan) 영역이 피크입니다. Night Shift는 파란색만 깎는 필터인데, 정작 멜라놉신이 가장 자극받는 영역은 파란색과 녹색의 중간 어딘가에 있습니다. 처음부터 겨냥점이 조금 어긋나 있었던 셈입니다.
실제 측정 결과를 보면, Night Shift는 파란색(S-콘) 반응을 약 60% 감소시키고 녹색(M-콘)은 약 40% 감소시킵니다. 빨간색은 거의 그대로입니다. 이렇게 계산하면 멜라놉신 자극이 전체적으로 약 52% 감소합니다.
“절반 이상 줄였으니 효과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빛의 로그스케일 문제가 등장합니다.
빛의 로그스케일 — 절반도 사실 별 차이 없습니다
인간의 시각은 로그스케일로 작동합니다. 우리 눈은 어두운 별빛에서 한낮의 햇빛까지, 100만 배(6 orders of magnitude) 범위의 빛을 처리합니다.
이 척도에서 빛을 절반으로 줄이는 건 고작 0.3 오더입니다. 사진으로 비유하면 노출 1스톱 차이. 100만 배 범위 안에서 절반은 거의 느끼지도 못할 변화입니다.
Phillips et al.(2019) 연구에 따르면, 약 20룩스 환경에서 밝기를 절반으로 줄이면 멜라토닌 억제율이 50%에서 25%로 낮아지기는 합니다. 적지 않아 보이지만, 화면 밝기 슬라이더를 조금만 올리면 이 효과가 즉시 상쇄됩니다. Night Shift를 켠 채로 화면을 밝게 쓰면 오히려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Mineault의 웹사이트 ismy.blue 이용자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아이폰 사용자의 약 25%, 맥 사용자의 약 33%가 야간에 Night Shift를 켜고 있었습니다. 효과에 대한 믿음이 꽤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뜻입니다(…). 그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켰는지 생각하면 좀 안타깝습니다.

뇌과학이 밝힌 진짜 효과 있는 방법 3가지
그렇다면 실제로 뭘 해야 할까요. Mineault가 제안하는 방향은 단순합니다. 색을 바꾸지 말고, 밝기를 줄여라.
1. 다크 모드로 전환하기
Night Shift와 비교가 안 될 만큼 효과적입니다. Google, X(구 트위터), GitHub, VSCode 등 4가지 앱·사이트에서 직접 측정한 결과, 다크 모드는 화면 밝기를 92-98% 감소시킵니다. Night Shift의 52%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색온도가 아니라 화면 자체를 어둡게 만드는 것이 수면 호르몬 분비에 훨씬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2. 밤에 화면 밝기 낮추기
설정 안 바꿔도 됩니다. 밝기 슬라이더를 몇 칸만 내리면 됩니다. 단순하지만, Night Shift를 켜고 밝기를 그대로 두는 것보다 훨씬 실질적입니다. 잠들기 1-2시간 전부터 화면을 어둡게 유지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3. 낮에 밝은 빛 충분히 쬐기
빛 관리는 억제보다 타이밍이 핵심입니다. 낮에 햇빛이나 밝은 LED 조명을 충분히 쬐면 뇌의 시교차상핵(SCN)이 활성화되면서 일주기 리듬 진폭이 강해집니다. 그러면 밤에 멜라토닌이 더 확실하게 올라옵니다. 낮을 밝게, 밤을 어둡게. 이게 수면의 기본입니다.
덤으로 멜라토닌 보충제를 고려한다면, 용량에 주의해야 합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 제품은 3-10mg이지만, 연구에서 효과가 입증된 용량은 0.3mg입니다. 과다복용하면 오히려 수면 구조가 흐트러집니다. 이 수치는 꽤 중요한데 잘 알려져 있지 않더군요.
결론은 이겁니다. Night Shift가 나쁜 게 아니라, 그 전제가 처음부터 어긋나 있었습니다. 수면을 방해하는 건 빛의 색이 아니라 빛의 양입니다. 블루라이트 차단 필터를 켜고 안심하면서 화면을 환하게 보는 것보다, 다크 모드 하나 켜는 게 실질적으로 몇 배는 낫습니다.
오늘 밤 스마트폰 설정에서 Night Shift 대신 다크 모드를 켜보십시오. 뭐,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뇌가 받는 빛의 양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