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소음 속에 살면서 “좀 조용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근데 정작 이어폰을 꽂고 팟캐스트를 틀고 유튜브를 켜면서. 이 모순이 우리가 얼마나 소음에 의존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침묵을 피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쳐간다.
85dB — 이 숫자를 넘으면 몸에 무슨 일이 생길까
사실 소리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크기와 지속 시간이다. 85dB 이상의 소리에 반복 노출되면 청력이 손상된다. 생각보다 금방 닿는 수준인데, 잔디 깎기, 시끄러운 레스토랑, 지하철 승강장 대기 상황이 이 기준을 쉽게 초과한다.
청력 손상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유럽의 연구를 인용한 NPR 보도에 따르면 교통 소음만으로 연간 150만 건 이상의 ‘건강한 수명 손실(Healthy Life Years)’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과학자들 일부는 소음을 공기 오염과 같은 환경 오염 물질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심장도 소음의 영향을 받는다. 만성 소음에 노출되면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올라가고, 혈압과 심박수가 동반 상승한다. 장기적으로는 고혈압과 심장마비 위험이 높아지는 구조다. 조용한 환경을 찾는 게 사치가 아니라는 얘기다.
심리학에서는 이렇게 본다: 소음과 교감신경의 관계
소음은 뇌에 ‘위험 신호’를 계속 보낸다. 갑작스럽거나 예측 불가능한 소리는 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킨다. 한 번이라면 괜찮다. 문제는 도시 생활에서 이 신호가 끊이지 않는다는 거다.
교감신경이 만성적으로 과활성화 상태에 놓이면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아진다. 결과는 예상 가능하다. 불안, 우울, 수면 장애. alive 매거진의 취재에서도 소음 노출과 우울·불안 증상 간의 연관성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다고 정리했다.
상담실에서 진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 예민하다”, “쉬어도 피곤하다”. 이게 단순히 성격 문제나 체력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주변 환경이 신경계를 쉴 새 없이 자극하고 있을 가능성을 먼저 봐야 한다.
근데 여기서 더 불편한 사실이 있다. 이 소음 피해는 균등하게 분산되지 않는다. 대중교통을 주요 이동 수단으로 사용하고, 소음이 심한 작업 환경에 노출되는 소수인종과 취약계층이 소음 관련 건강 피해를 훨씬 더 많이 감수하고 있다.

침묵 수요가 460% 폭발한 이유
CN Traveller 보도에 따르면 무음 독서 모임(Silent Book Club) 행사 수가 2024년에서 2025년 사이 460% 증가했다. 무음 카페, 무음 리트릿, 무음 헬스장. 소음에 지친 사람들이 침묵을 찾아 나서고 있다.
침묵을 경험하면 자기통제력과 이완 능력이 높아지고, 우울·불안·심리적 스트레스가 유의미하게 낮아진다. 침묵이 그냥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가 아니라, 뇌가 적극적으로 회복하는 상태라는 얘기다.
근데 여기서 재밌는 게 있다. 침묵이 불편한 사람들도 많다. 소음에서 자유로워졌을 때 오히려 더 불안해지는 것. 이건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로 인해 끊임없는 자극에 익숙해진 뇌가 자극 부족 상태를 낯설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어색해도, 적응하면 된다. 침묵은 공백이 아니라 내면과 주변을 더 깊이 탐구하는 초대다.
오늘 당장 해볼 수 있는 것
완전한 침묵이 어렵다면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친구와 무음 산책. 말 없이 같이 걷는 거다. 처음엔 어색하지만 자연 소리와 서로의 존재를 더 깊이 느낄 수 있다.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된다.
아침 또는 저녁 10분 침묵 블록. 알림 끄고, 유튜브 끄고, 그냥 있는 것. 가족이 있다면 함께 동의하에 조용히 지내는 시간을 만들어봐도 좋다.
주 1회 침묵의 저녁 식사. 대화 없이 먹는 거다. 음식의 맛과 질감, 공간의 디테일에 집중하게 된다. 마음챙김 식사와 비슷한 효과가 있다.
명상. 검증된 방법이다. 처음이라면 5분부터. 이완을 돕는 보충제로는 L-테아닌(녹차 아미노산)이나 아쉬와간다 같은 어댑토젠이 연구에서 스트레스·불안 완화에 효과가 확인됐다. 명상에 익숙해지는 동안 병행해도 나쁘지 않다.
소음이 스트레스가 되고, 스트레스가 몸을 망가뜨린다. 이 연결 고리는 생각보다 훨씬 직접적이다. 침묵은 공백이 아니라 회복이다. 마침 오늘 하루도 꽤 시끄러웠을 테니, 지금이 딱 시작하기 좋은 타이밍일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