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격은 못 바꾼다’고? 6주 만에 신경증 절반 줄인 심리 실험

성격은 타고나는 거라고 했다. 30세가 넘으면 거의 굳는다는 말도 있었다. 심리학자들조차 1980년대까지는 그렇게 믿었다. 근데 여기서 반전이 있다. 최근 연구들이 이걸 조용히, 그리고 확실하게 뒤집고 있다. 심지어 6주 만에.

당신의 성격, 진짜 ‘타고난 것’일까

심리학에서 성격을 측정할 때 가장 과학적 근거가 탄탄한 모델이 있다. 바로 빅파이브(Big Five)다. 개방성(Openness), 성실성(Conscientiousness), 외향성(Extraversion), 친화성(Agreeableness), 신경증(Neuroticism) — 이 다섯 가지로 사람의 성격 전체를 설명한다.

과거에 심리학자들은 이 특성들이 30세 전후로 거의 고정된다고 봤다. 일리노이 대학 성격 연구자 Brent Roberts도 동료들이 그런 주장을 했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그 이후 수십 년간 쌓인 연구들이 이 주장을 뒤집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덜 신경질적이고, 더 성실하고, 더 친화적으로 변한다. 이 변화가 나이와 경험의 누적에서 비롯된다는 건 이제 명확하다. 그렇다면, 이 과정을 의도적으로 앞당길 수 있을까?

6주 만에 신경증이 반으로 줄었다

BBC Future 기자 Laurie Clarke는 직접 실험을 해봤다. 성격 테스트에서 신경증 83백분위로 나온 그녀 — 100명 중 83등은 신경증이 높다는 뜻이다 (더 높을수록 불안, 걱정, 감정 기복이 심하다는 거). 그녀는 6주 동안 Nathan Hudson의 2019년 연구에서 제안한 행동 목록을 일상에 녹여봤다.

결과가 꽤 놀랍다.

  • 신경증: 83백분위 → 50백분위 (크게 감소)
  • 외향성: 30백분위 → 50백분위 (20포인트 상승)
  • 친화성: 50백분위 → 70백분위 (20포인트 상승)

6주 만에. (개인의 착각이 아닐 수 있다는 건 아래에서 설명하겠다.)

비슷한 연구도 있다. 2021년 루체른 대학 Mirjam Stieger의 연구에서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개입을 줬더니, 외향성·성실성·신경증·친화성이 모두 원하는 방향으로 의미 있게 변했다. 더 중요한 건 3개월 후에도 그 변화가 유지됐다는 점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렇게 본다

대체 왜 6주짜리 행동 목록이 수십 년의 성격을 바꿀 수 있는 걸까?

켄터키 대학 심리학 부교수 Shannon Sauer-Zavala는 신경증의 핵심을 이렇게 짚는다. “신경증이 높은 사람들은 감정을 만성적으로 회피한다.” 불편한 감정이 올라오면 억누르거나, 그걸 느끼는 자신을 비난한다. 이 패턴을 바꾸는 게 변화의 시작이다. (상담실에서도 진짜 자주 보이는 패턴이다.)

심리학에서는 이 원리를 이렇게 설명한다. 성격이 행동을 만드는 게 아니라, 행동이 성격을 만든다. 외향적으로 행동하다 보면 외향적인 사람이 된다. “Fake it till you make it”이 그냥 자기계발 밈이 아닌 거다 — 뇌가 실제로 그렇게 작동한다.

Clarke 본인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처음에는 억지로 나간 사교 모임들. 가면 갈수록 자연스러워졌고, 어느 날 요가 수업에서 자기도 모르게 옆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평생 안 하던 일”이 그냥 일어난 거다. (이게 생각보다 큰 신호다.)

오늘 당장 해볼 수 있는 것

연구에서 쓴 방법들,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다.

신경증 줄이기:

  • 매일 명상 5분 (Calm·Headspace 앱 사용 가능)
  • 오늘 감사한 것 3가지 적기
  • 불안한 생각이 들면 종이에 적어두기 — 머릿속에서 꺼내면 힘이 줄어든다

외향성 조금씩 올리기:

  • 편의점 계산할 때 먼저 인사 한마디
  • 오래 연락 못 한 친구에게 문자 하나

친화성 높이기:

  • 누군가 짜증나는 행동을 했을 때 “저 사람 오늘 힘든 날이었나?” 먼저 생각해보기

사소해 보이지? 근데 이게 핵심이다. 이 행동들이 쌓이면 뇌가 새로운 패턴을 ‘기본값’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거기서 성격이 조금씩 달라진다.

Roberts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대체로 비슷하게 남는다. 하지만 연구자 기준에서 변화의 크기는 크다.” 완벽하게 달라지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 밤 자기 전에 감사한 것 하나만 적어봐라. 마침 뭔가 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가 시작하기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

이수진

심리연구소에서 심리상담사 겸 콘텐츠 마케터로 일한다. 가끔 코딩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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