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80%만 잘해도 맡겨라, 창업자가 병목 되는 순간

월요일 오전, 팀원 다섯 명이 순서대로 메시지를 보내옵니다. “이 제안서 방향 맞을까요?”, “고객 미팅 일정은 어떻게 잡을까요?”, “마케팅 카피 이걸로 가도 될까요?” 하나씩 답장하다 보면 오전이 사라집니다. 그 와중에도 팀은 창업자의 응답을 기다리며 멈춰 있는 것인데요. 이 상황이 익숙하다면, 지금 창업자 본인이 회사의 가장 큰 병목(bottleneck)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창업자가 ‘병목’이 되는 순간

창업 초기에 모든 것에 직접 관여하는 건 당연합니다. 자원이 부족하고, 방향 하나가 생사를 가를 때는 창업자가 직접 챙겨야 하니까요. 하지만 팀이 세 명에서 열 명으로, 열 명을 넘어서도 이 습관이 그대로 이어지면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비즈니스 코치이자 저자 Dave Kerpen은 이 현상을 ‘founder bottleneck’이라고 표현했는데요. 창업자가 모든 의사결정의 중심에 있으면, 회사의 속도는 창업자 달력의 속도로 제한됩니다. 팀원 열 명이 동시에 일할 수 있어도, 실제로는 창업자 한 명의 처리 속도로 회사 전체가 움직이는 모양새가 되는 것이지요.

흥미로운 건 이것이 능력 부족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열심히 하는 창업자일수록 이 함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완벽하게 처리하고 싶은 마음, 팀원을 충분히 믿게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마음이 쌓여서 결국 자신이 병목이 되어버리는 것이지요.

80% 위임 규칙: 완벽을 내려놓는 기준

이를 해결하기 위해 Kerpen이 제안한 것이 바로 ‘80% 위임 규칙’입니다. 규칙 자체는 단순합니다. 팀원이 그 일을 80% 이상 잘 해낼 수 있다면, 지금 바로 위임하는 것인데요. 100%가 될 때까지 기다리면 영원히 위임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규칙입니다.

창업자가 직접 하면 100점인 일이라도, 팀원이 80점을 낸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남은 20%의 차이는 팀원이 실전 경험을 쌓으면서 자연스럽게 좁혀집니다. 그리고 창업자는 그 시간을 고객 전략, 투자자 관계, 제품 비전처럼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지요.

위임할 때마다 창업자의 달력에는 공간이 생기고, 팀은 자율성과 책임감을 동시에 키웁니다. 처음에는 80점이던 결과물이 반복적인 실전 경험을 통해 90점, 100점으로 올라가는 것은 분명합니다.

위임이 두려운 진짜 이유

창업자가 위임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단순한 완벽주의가 아닙니다. 더 깊은 곳에는 자아(ego)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는데요. ‘내가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 ‘직접 해야 제대로 된다’는 믿음이 무의식 중에 작동합니다.

Kerpen은 이를 ‘통제 중독(control addiction)’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창업자에게 통제는 강한 안전감을 줍니다. 팀원이 실수할 위험을 줄이고, 결과물의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안전감이 결국 팀 전체의 성장과 창업자 자신의 시간을 동시에 막는 역설을 만들어냅니다. 진짜 리더십은 ‘내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팀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위임 이후 팀에서 일어나는 변화

HR 테크 스타트업 Apprentice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줍니다. 80% 위임 규칙을 적용한 이후, 창업자가 직접 챙기던 고객 미팅과 채용 면접을 팀원들에게 넘겼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고객과의 대화 횟수가 늘었고 매출 성장의 한계를 함께 돌파했습니다.

단순히 일을 나눠준 게 아닌데요. 팀원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책임감과 판단력이 함께 성장했습니다. 창업자는 그 시간을 전략과 비전에 온전히 집중하는 데 쓸 수 있게 되었고요. 이는 저만의 이야기는 아닌 듯합니다. 팀에게 공간을 주는 창업자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지금까지 창업자가 팀의 병목이 되는 구조와 80% 위임 규칙을 살펴봤습니다.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은데요.

  1. 창업자가 모든 결정에 관여하면 팀 속도는 창업자 달력에 갇힌다
  2. 팀원이 80% 이상 잘할 수 있다면, 기다리지 말고 지금 바로 위임하라
  3. 위임의 진짜 장벽은 완벽주의가 아닌 자아(ego)다,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하다

열심히 할수록 팀의 발목을 잡게 되는 창업자의 역설, 80% 규칙 하나가 이 구조를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는 더 잘하고 싶어요. 때로는 내려놓는 것이 더 잘하는 방법인 것이지요.

최현우

IT 기업에서 일하다가 현재는 작은 🚀스타트업 창업 3년차. 인생모토 = 불가능이란 환상에 빠지지 말자!

댓글 남기기

※ 본 글에 사용한 모든 이미지는 별도 표시가 없으면 Freepik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