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기억력을 높이는 진짜 이유, 뇌 해마에서 처음 목격됐다

운동이 기억력에 좋다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뇌 안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시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사실 지금까지 인간의 뇌에서 직접 측정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동물 실험이나 뇌 영상 촬영으로 추측만 해왔을 뿐이죠. 그러다 올해 초, 드디어 인간 뇌 안을 직접 들여다본 연구가 나왔습니다.

운동이 기억에 좋다는 건 알지만, 왜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운동이 뇌에 좋다는 건 이미 여러 연구가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뇌의 생물학적 나이를 되돌리고, 학습과 기억력을 높이며, 치매를 예방한다는 보고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죠.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뇌 영상 촬영(fMRI 같은 방법)은 혈류 변화 정도만 잡아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 피가 많이 몰렸다”는 수준이지, 뉴런들이 어떤 패턴으로 발화하는지는 볼 수 없었죠. 그래서 운동이 기억력을 높인다는 건 알아도, 뇌 안에서 정확히 어떤 신호가 오가는지는 여전히 안개 속이었습니다.

운동이 기억에 미치는 메커니즘, 인간 뇌에서 직접 확인한 사람이 없었다는 겁니다. (솔직히 이런 기초가 없었다는 게 더 놀랍더군요.)

뇌 안에서 처음으로 목격한 것 — 해마 파문

이번 연구는 좀 특별한 조건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뇌전증(간질) 환자 14명이 수술 전 평가를 위해 뇌에 전극을 이식해둔 상태였습니다. 연구팀은 이 전극을 활용해, 운동 전후 뇌 활동을 실시간으로 직접 기록했습니다. 뇌 바깥에서 간접적으로 촬영한 게 아니라, 뇌 안쪽에서 직접 전기 신호를 포착한 겁니다.

참가자들은 자전거를 20분 동안 가벼운~중간 강도로 탔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그 후 뇌에서 일어난 일이 흥미롭습니다. 해마에서 ‘해마 파문(sharp wave-ripple)’이라는 신호의 발생 빈도가 높아졌습니다. 해마 파문은 해마 뉴런들이 고도로 동기화되어 한꺼번에 발화하는 패턴입니다. 이 신호는 해마에서 시작해 대뇌피질과 피질 하부 영역까지 퍼져나갑니다. 기억을 장기 저장소로 옮기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신호죠.

아이오와 대학교의 인지신경과학자 Michelle Voss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단 한 번의 운동이 기억과 인지 기능에 관여하는 신경 리듬과 뇌 네트워크를 빠르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간에서 직접 보여준 연구입니다.” 단 한 번의 20분 운동으로 생긴 변화입니다.

강도가 높을수록 파문도 강해진다

연구에서 한 가지 더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운동 중 심박수가 높을수록, 휴식 후 특정 신경 네트워크에서 파문이 더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라는 영역입니다. 멍하니 있거나 쉴 때 활성화되는 그 네트워크인데, 기억 통합에도 깊이 관여합니다. 운동 강도가 높으면 이 영역과 해마 사이의 연결이 더 강해진다는 겁니다.

물론 이번 연구가 14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라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참가자들이 뇌전증 환자였다는 특수성도 있죠. 다만 Voss 교수는 “운동 후 나타난 패턴이 건강한 성인에서 비침습적 뇌 영상으로 관찰된 것과 거의 일치한다”고 말합니다. 뇌전증 특이 반응이 아니라 인간 뇌의 일반적인 반응이라는 뜻입니다.

20분이면 충분하다

여기서 실용적인 결론을 하나 뽑을 수 있습니다. 헬스장에서 두 시간 뛰지 않아도 됩니다. 가볍게 자전거를 20분 타는 것만으로 뇌 안에서 기억 강화 신호가 올라갔으니까요.

걷기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겁니다. 점심 식후에 20분 걷는 것, 출퇴근 중 일부 구간을 걷는 것, 자전거로 출근하는 것. 뇌 건강을 위한 운동 루틴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중요한 건 거의 매일 꾸준히, 몸이 약간 따뜻해지는 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죠.

결론은 이렇습니다. 운동이 기억력에 좋다는 건 오래된 얘기지만, 이제 뇌 안에서 실제로 어떤 신호가 바뀌는지 처음으로 봤습니다. 해마에서 파문이 일고, 그 파문이 뇌 전체로 퍼지면서 기억이 강화된다는 거죠. 뭐 어쩌겠습니까. 오늘 20분, 그냥 걷는 수밖에요.

김노마

🧠 뇌과학자. 습관연구가.
뇌과학과 행동경제학을 연구한다. 책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즐긴다. 자기계발과 라이프해킹 관련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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