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은 기다려도 안 옵니다. 심리학이 밝힌 모멘텀의 법칙

의욕이 생기면 시작하겠다고 생각한 적 있습니까.

저도 오래 그랬습니다. 의욕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의욕이 좀처럼 오질 않더군요.

그런데 심리학자들은 이 상황을 다르게 진단합니다. “당신이 잃은 건 의욕이 아닐 수 있다.”

의욕이 없으면 시작할 수 없다는 착각

판교에서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하던 지수는 몇 번의 시도 끝에 벽에 부딪혔습니다. 특정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냥 무겁고, 지치고, 허탈한 기분. 진전이 보이지 않자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게으른 걸까. 끈기가 없는 걸까. 애초에 내 그릇이 아닌 걸까.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변화가 어렵게 느껴지는 게 아닙니다. 불가능하게 느껴집니다.

우리는 이 상태를 “의욕이 없다”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Psychology Today에 발표된 심리학 연구는 다른 진단을 내립니다. 의욕(motivation)은 무언가를 원하는 상태입니다. 반면 모멘텀(momentum)은 목표를 향해 진전하고 있다는 걸 지각하는 상태입니다. 지수가 잃은 건 의욕이 아니었습니다. 모멘텀이었습니다.

모멘텀은 원래 물리학 개념입니다. 같은 속도로 던진 테니스공과 스펀지공. 어느 쪽이 더 멈추기 어려울까요. 테니스공입니다. 질량이 크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자들은 이 개념을 인간의 목표 추구에 적용했습니다. 지각된 진전이 감정과 행동을 바꾼다. 이것이 심리적 모멘텀의 핵심입니다.

동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결국 시작 못 하는 이유

Iso-Ahola와 Blanchard는 1986년 스쿼시 대회에서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1세트를 이긴 선수가 2세트도 이길 확률이 통계적으로 훨씬 높았습니다.

“역시 실력 차이 때문 아닌가요?” 연구팀도 그 가능성을 고려했습니다. 그래서 1세트 직후, 모든 선수에게 물었습니다.

다음 세트에서 이길 것 같습니까? 상대보다 내가 더 나은 선수라고 생각합니까? 끝까지 이길 자신이 있습니까?

1세트 승자들의 답변은 압도적으로 자신감에 차 있었습니다. 패자들은 정반대였습니다. 승리가 직접적으로 실력을 높인 게 아니었습니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지각을 만들어낸 겁니다. 이것이 모멘텀입니다.

작은 성공 하나가 자기효능감을 높이고, 그게 다음 행동을 이끕니다. 반대로, 반복 실패는 “나는 안 된다”는 인식을 만들고 행동을 막습니다. 부정 모멘텀이 쌓이면 결국 정체 상태에 빠집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의욕이 생기기를 기다리는 동안 이 부정 모멘텀이 차곡차곡 쌓입니다. 의욕을 기다리는 행위 자체가 정체를 강화합니다. (이게 참 불편한 사실이더군요.)

그리고 역설적으로, 의욕이 높은 사람일수록 이 정체가 더 고통스럽습니다. 원하는 건 분명한데, 안 된다는 느낌이 훨씬 강하게 오기 때문입니다. 의욕과 정체가 동시에 존재할 때, 그 괴리가 가장 크게 느껴집니다.

모멘텀을 만드는 가장 작은 시작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모멘텀의 핵심은 ‘진전의 지각’입니다. 실제로 크게 발전하지 않아도 됩니다. 스스로 조금이라도 움직이고 있다는 걸 인식하면 됩니다.

부업을 시작하고 싶은데 막막하다면, 사업계획서 대신 아이디어 노트에 한 줄부터 씁니다. 야근 후 운동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데 의욕이 없다면, 퇴근 후 3분 스트레칭으로 시작합니다. 독서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오늘은 책을 펼쳐 목차만 읽어도 됩니다.

중요한 건 완성도가 아닙니다. 움직임입니다.

한 가지 설계 원칙이 있습니다. 처음 시작을 실패 없이 해낼 수 있을 만큼 작게 잡아야 합니다. 모멘텀은 양방향으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작은 성공이 쌓이면 긍정 모멘텀이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반대로, 반복 실패가 쌓이면 부정 모멘텀이 됩니다. 처음 시작을 너무 크게 잡으면 실패가 쌓이고, 부정 모멘텀이 강화됩니다. 의도적으로 작게 설계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모멘텀을 이해하는 것이 목표 추구의 첫 번째 실천적 단계라고 말합니다. 작은 움직임 하나가 “나는 진전하고 있다”는 지각을 만들고, 그것이 다음 행동을 이끕니다.

결론은, 의욕을 기다리지 말고 모멘텀을 만들라는 겁니다. 의욕은 많은 경우 행동의 결과로 생깁니다. 행동이 먼저입니다.

지금 당신이 추진하고 있는 것을 떠올려보십시오. 모멘텀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까, 아니면 서서히 멈추고 있습니까. 그 감각에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첫 번째 작은 진전입니다.

Photo by Eren Li on Pexels

김노마

🧠 뇌과학 ・ 습관연구가.
뇌과학과 행동경제학을 연구한다. 책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즐긴다. 자기계발과 라이프해킹 관련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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