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운영하다 보면 정말 좋은 사람들을 뽑았는데도 팀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각자 역량은 분명한데, 팀으로 함께 움직일 때 왜 어딘가 삐걱거리는 건지 고민이 생기는 시기가 찾아오죠. 이 고민, 저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임원진 이력은 화려한데 팀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 많은 리더들은 “구성원 개인의 역량이나 태도 문제겠지”라는 결론을 먼저 내립니다.
그런데 수백 개 임원팀을 직접 코칭해온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봅니다. 팀이 실패하는 핵심 원인은 개인 역량에 있는 것이 아니라, 팀이 함께 작동하는 방식에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 방식의 문제는 산업과 규모를 가리지 않고, 수백 개 팀에서 반복되는 두 가지 패턴으로 수렴됩니다.
팀워크의 역설: 뛰어난 개인이 뛰어난 팀을 보장하지 않는 이유
고성과 리더가 반드시 고성과 팀을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얼핏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는데요. 생각해보면 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경력 초반에 리더들은 ‘내가 무엇을 생산해냈는가’로 평가받습니다. 기획안을 빠르게 완성하고, 맡은 목표를 초과 달성하며, 분석 보고서를 완벽하게 써내는 능력이 인정받죠. 개인 성과 중심의 이 방식이 오랫동안 보상받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직급이 올라가고 팀을 이끄는 자리에 서게 되면, 요구되는 역량이 근본적으로 달라집니다. 이제는 내가 잘하는 것이 아니라, 팀이 잘 돌아가게 하는 것이 핵심이 되죠. 문제는 개인을 성공하게 만들었던 그 방식 — 빠른 단독 결정, 자기 완결, 성과 독점 — 이 오히려 팀 전체의 효율성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수백 개 임원팀 코칭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패턴이 바로 2가지입니다. 제때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 팀을 실패로 이끄는 패턴이죠.
‘다 잘 되고 있어요’: 팀을 서서히 망치는 독성 긍정주의
첫 번째 패턴은 해야 할 말을 하지 않는 소통 문화입니다. 팀원들은 매일 회의하고 업무를 공유하며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말은 꺼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의 때마다 “다 잘 되고 있어요”, “모든 마일스톤은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라는 말이 반복됩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도 말이죠. 아무도 문제를 꺼내지 않고, 어려운 대화는 계속 미뤄집니다. 특히 윗사람 앞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전문가들은 ‘독성 긍정주의(Toxic Positivity)’라고 부릅니다.
표면적으로는 화목하고 협력적인 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짜 화합이 형성된 상태입니다. 진짜 문제는 수면 아래서 쌓여가고, 팀의 실질적인 진전은 멈추게 됩니다. 더 큰 문제는, 구성원들이 이 상황을 알면서도 말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반면 고성과 팀은 갈등을 능숙하고 건설적으로 다룹니다. 서로의 의견에 도전하되 배려를 잃지 않고, 불편한 사실도 직시하며, 누구나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을 구축하죠. 판교의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들을 보면, 의견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는 팀이 결국 더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방향은 좀 다시 검토해봐야 할 것 같아요”라고 팀원 누구나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 지금 여러분 팀에는 있으신가요?
내 부서 성과 vs 조직 전체: 사일로가 만드는 파편화
두 번째 패턴은 팀 전체가 아닌 자기 부서만 최적화하는 것입니다. 리더들은 자기 부서의 성과를 끌어올리는 데 매우 능숙하고, 실제로 그것으로 인정받아온 역사가 있습니다. 겉으로만 보면 부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분명 성공처럼 보이죠.
하지만 이 접근 방식에는 간과하기 쉬운 위험이 숨어있는데요. 바로 조직 전체의 파편화(Fragmentation)입니다. 자기 부서만 최적화하는 팀은 사일로(Silo) 구조로 운영되기 시작합니다. 마케팅팀은 마케팅팀대로, 개발팀은 개발팀대로, 영업팀은 영업팀대로 각자 움직입니다.
그러다 보면 부서 간 경쟁이 심해지고, 자원을 자기 팀에 쌓아두는 문화가 자리를 잡습니다. 결국 아무도 조직 전체에 무엇이 최선인지 생각하지 않게 되죠. 이는 저만의 이야기는 아닌 듯합니다. 국내 대기업부터 성장기 스타트업까지, “왜 부서 간 협업이 이렇게 안 되는 건지 모르겠다”는 한탄을 정말 자주 듣습니다.
각 팀의 성공이 자동으로 조직 전체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생각보다 드뭅니다. 팀 운영의 중심에 부서 목표 이상의 공동 목표가 있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팀을 바꾸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작동 방식이다
팀이 제대로 안 돌아갈 때 가장 흔한 반응은 “저 사람이 문제야”라는 귀인(歸因)입니다. 하지만 수백 개 팀의 코칭 경험은 다른 방향을 가리킵니다. 팀을 바꾸는 결정적인 요인은 구성원 개인보다, 팀이 함께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있다는 것이죠.
솔직하고 개방적인 소통이 가능한 심리적 안전감, 그리고 자기 부서를 넘어 조직 전체를 위한 의사결정 문화. 이 두 가지가 갖춰질 때, 비로소 진정한 고성과 팀이 만들어집니다. 개인 역량을 높이는 것에 앞서, 팀이 함께 작동하는 방식부터 점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팀 실패를 만드는 2가지 핵심 패턴을 살펴봤습니다.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은데요.
- 해야 할 말을 하지 않는 독성 긍정주의 — 가짜 화합이 진짜 소통과 진전을 막는다
- 자기 부서만 최적화하는 사일로 구조 — 부서 성과가 조직 전체를 파편화시킨다
뛰어난 개인들이 모였다고 뛰어난 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여러분 팀은 어떻게 작동하고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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