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워드 퍼즐을 매일 하면 뇌가 좋아진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연구가 불편한 진실을 하나 꺼내놓았습니다. 크로스워드를 매일 하면, 크로스워드만 잘하게 될 뿐입니다. 뇌 건강에 진짜 필요한 건 ‘다양성’이라는 겁니다.
크로스워드를 매일 해도 치매를 못 막는 이유
뇌를 운동시키라는 말은 누구나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를 제대로 말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뇌는 익숙한 자극에 금세 적응합니다. 매일 같은 퍼즐을 풀면 뇌는 이미 알고 있는 경로만 사용하고, 새로운 신경 연결을 만들지 않습니다. 영어 공부에 비유하자면, 늘 쓰는 어휘만 반복하는 것과 같습니다.
시카고 러시 대학교 의료센터 신경심리학자 안드레아 자밋 박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독서, 외국어 학습, 체스, 퍼즐 풀기, 박물관 방문 같은 다양한 활동이 뇌의 여러 인지 시스템을 동시에 자극한다”고요. 단순 반복이 아니라 뇌 전체를 ‘스트레칭’하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핵심은 다양성입니다. 한 가지를 잘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를 두루 경험하는 게 뇌에겐 훨씬 효과적인 자극이 됩니다.
알츠하이머를 5년 늦춘 사람들의 공통점
자밋 박사 팀이 53세에서 100세까지 약 2,000명을 8년간 추적한 연구가 학술지 Neurology에 발표됐습니다.
결과가 놀랍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중년, 노년까지 꾸준히 인지 활동을 해온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알츠하이머 발병이 평균 5년 늦었습니다. 중년 이후에도 정신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한 그룹은 인지 기능 저하 속도도 더뎠습니다.
더 주목할 만한 건 사후 뇌 부검 결과입니다. 뇌에 알츠하이머의 병리적 흔적이 쌓여 있더라도, 인지 활동이 풍부했던 사람들은 사망 전까지 기억력과 사고력이 더 잘 유지됐습니다. 뇌가 손상을 버텨낸 겁니다.

이미지 출처: ScienceAlert
이걸 과학에서 인지 예비력(cognitive reserve)이라고 부릅니다. 뇌가 다양한 신경 연결을 확보해두면, 한 경로가 손상되더라도 다른 경로로 우회할 수 있습니다. 뇌 속에 비상구를 많이 만들어두는 것과 같습니다. (이게 은근히 희망적인 얘기더라고요.)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은 뇌 스트레칭
자밋 박사는 강조합니다. “어릴 때 이런 활동을 안 했다고 해도 지금 시작하면 됩니다.” 중년이 뇌 건강의 중요한 기회 창이라는 연구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정해진 정답은 없습니다. 핵심은 ‘열정을 가지고 꾸준히 할 수 있는 활동’을 찾는 겁니다.
- 새로운 언어 배우기
- 악기 연주 시작하기
- 체스나 바둑 배우기
- 새 관찰(birdwatching) 같은 자연 탐구 활동
- 독서 모임 가입
특히 미국 배너 알츠하이머 연구소의 제시카 랭바움은 독서에 토론을 더하는 방식을 권합니다. 혼자 읽는 것보다 독서 모임처럼 사회적 연결이 결합될 때 뇌 자극 효과가 배가된다는 겁니다. 혼자 하는 활동에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요소를 붙이면 인지 자극의 밀도가 달라집니다.
꾸준함이 핵심입니다. 한 달 해보다 그만두는 것보다, 조금씩이라도 지속하는 게 인지 예비력을 실질적으로 쌓는 방법입니다.
뇌 건강을 위한 몸 관리도 빠뜨리면 안 됩니다
뇌 건강은 머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Mayo Clinic 알츠하이머 전문의 로날드 피터슨 박사는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인지 기능 저하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심장 건강이 곧 뇌 건강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옵니다.
고혈압은 혈관을 손상시켜 뇌로 가는 혈류를 줄입니다. 당뇨는 뇌에 염증을 유발합니다. 그래서 규칙적인 운동, 채소와 과일 위주의 식단, 혈압과 혈당 관리, 충분한 수면은 치매 예방의 가장 기본적인 기반입니다.
덤으로 하나 더. 대상포진 백신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들이 쌓이고 있습니다. (이거 맞으셨나요?)
결론은 이겁니다. 뇌와 싸우지 말고 뇌에 투자하세요. 매일 같은 자극을 반복하는 것보다, 새롭고 다양한 활동으로 뇌를 꾸준히 스트레칭하는 것. 그게 알츠하이머를 5년 늦춘 사람들의 비결이었습니다. 오늘, 처음 해보는 무언가를 하나 골라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