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다이어트: 앱을 절반으로 줄여 생산성 두 배로 높이기

생산성 앱을 더 많이 사용할수록 오히려 일의 효율이 떨어지는 ‘생산성의 역설’을 경험한 한 스타트업 CEO가 테크 스택을 절반으로 줄이고 진정한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실천한 생생한 이야기.

더 많은 앱을 사용할수록 오히려 일의 효율이 떨어지는 걸 느낀 적 있으세요? 저는 스타트업 CEO로서 3년 동안 ‘앱 중독’에 빠져 있었고, 결국 테크 스택을 절반으로 줄이고 나서야 진짜 생산성이 뭔지 깨달았습니다.

생산성 앱의 함정에 빠지다

“이 앱 하나면 내 업무가 완전히 바뀔 거야!”

창업 초기, 저는 이런 생각으로 정말 많은 앱을 다운로드했어요. 각종 노트 앱, 프로젝트 관리 도구, 자동화 솔루션, 업무 추적기… 마치 보물을 찾는 것처럼 매일 새로운 생산성 앱을 발견하고 저장했죠. 카카오워크, 잔디, 토스팀, 노션, 원노트, 에버노트에 트렐로까지 – 어느새 스마트폰과 노트북에는 수십 개의 앱이 차고 넘쳤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투자사 미팅 자료를 준비하던 날, 충격적인 깨달음이 왔어요. 실제 자료를 만드는 대신 30분 가까이 여러 앱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정보를 찾고 있더라고요. 노션에 메모한 건지, 에버노트에 정리한 건지, 아니면 카카오워크로 팀원들과 나눈 대화 속에 있는지… 5개나 되는 다른 앱에 저장된 파일을 검색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던 거죠.

이 경험으로 저는 ‘생산성 역설’을 직접 체감했습니다. 더 많은 도구를 사용하면 할수록 정작 중요한 일에 집중할 시간은 줄어든다는 사실을요.

도구가 많아질수록 늘어나는 숨겨진 비용

생산성 앱은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준다고 약속하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비용을 지불하게 됩니다. 제가 경험한 숨겨진 비용들을 공유해 볼게요:

  • 인지 부하: 앱이 많으면 각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어디에 정보를 저장했는지 기억하는 데 많은 정신 에너지가 소비됩니다. 팀 회의록은 노션, 클라이언트 자료는 드롭박스, 업무 지시는 카카오워크… 이걸 다 기억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더라고요.
  • 컨텍스트 스위칭: 앱을 왔다 갔다 하면서 뇌가 계속 리셋되는 ‘토글링 세금’을 내게 됩니다. 네이버웍스에서 메일 확인하고, 카카오워크로 넘어가 메시지 확인하고, 다시 노션으로 가서 문서 작업하는 과정에서 집중력이 계속 흐트러져요. 생각보다 이 전환 과정에서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 유지보수 비용: 앱을 업데이트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여러 로그인을 관리하는 데 드는 시간이 누적됩니다. 특히 보안에 민감한 핀테크 스타트업을 운영하다 보니 각종 앱 보안 설정과 권한 관리에 시간을 엄청 쏟았어요.
  • 의사결정 피로: 정보를 어디에 저장할지, 어떤 앱을 사용할지 결정하는 사소한 선택들이 쌓이면 중요한 의사결정에 쓸 에너지가 소진됩니다. “이 자료는 구글 드라이브에 올릴까, 노션에 정리할까?” 같은 고민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일어났죠.

그런데 이런 비용을 자각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어요. 바로 ‘생산성 착각’입니다. 새로운 앱을 테스트하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생산적인 일이라고 스스로를 속입니다. 팀원들에게 “요즘 이 앱 도입 검토 중이야”라고 말하면 뭔가 일을 잘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하지만 실제로는 진짜 일을 미루고 있는 거였죠.

제 테크 스택을 절반으로 줄인 방법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저는 과감하게 테크 스택을 감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용한 방법을 공유할게요.

1. 세 가지 핵심 질문으로 앱 평가하기

모든 앱에 대해 저는 세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 “이 앱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사용하고 있나?”
  • “다른 도구로는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기능을 제공하나?”
  • “오늘 이 앱을 삭제한다면 업무에 실질적인 지장이 생길까?”

놀랍게도 많은 앱들이 이 간단한 테스트에서 탈락했어요. 예를 들어, 링크드인 인사이트를 위해 매달 5만 원을 지불하고 있던 외국산 마케팅 도구는 이미 사용 중인 네이버 데이터랩과 구글 애널리틱스로 충분히 대체 가능했죠. 그리고 일정 관리를 위해 써오던 플래너 앱 3개는 결국 구글 캘린더 하나로 통합했고요.

2. 필수 앱과 있으면 좋은 앱 구분하기

NHN 출신 개발자이자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친구 K의 조언을 따라, 저는 앱을 ‘필수’와 ‘있으면 좋은’ 두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새 앱을 추가할 때마다 이미 있는 ‘있으면 좋은’ 앱 중 하나를 삭제하는 규칙을 정했습니다.

3. 갱신일 전에 리마인더 설정하기

각 유료 앱의 결제일 2주 전에 알림을 설정했습니다. 특히 연 단위로 결제되는 서비스들은 자동 갱신되기 전에 꼭 효용성을 재평가하도록 했어요. 이를 통해 정기적으로 앱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필요하다면 대안을 찾아볼 시간을 확보했죠.

이 방법들을 적용한 결과, 월 구독료를 45% 가까이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SaaS 비용이 스타트업 운영비 중 꽤 큰 부분을 차지했기에 이는 상당한 절약이었어요.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수확은 정신적 여유였습니다. 다른 앱이나 대시보드를 확인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집중해서 일할 수 있게 됐죠.

결국 남은 필수 도구들

여기서 더 나아가 제 비즈니스에 정말 필요한 도구들만 남겼습니다. 제 경우에는 핀테크 스타트업 운영에 필수적인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정리했어요:

1. 콘텐츠 생성 (내 핵심 업무)

  • 노션 (유료, 월 $8): 문서 작성과 지식 관리의 중심 허브로 활용
  • 구글 독스 (무료): 투자사, 파트너사와의 문서 공유용
  • 카카오워크 (유료, 월 12,000원/인): 팀 커뮤니케이션의 중심
  • 클로드 (유료, 월 $20): AI 비서로 아이디어 정리와 콘텐츠 요약에 활용

2. 고객 획득 및 관리

  • 스트랩스 CRM (유료, 월 198,000원):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고객 관리 시스템
  • 구글 시트 (무료): 간단한 고객 데이터 관리와 팀 공유용

3. 업무 관리

  • 투두이스트 (유료, 연 $36): 단순하고 효율적인 업무 관리
  • 네이버 캘린더 (무료): 개인 일정 관리의 기본
  • 구글 캘린더 (무료): 팀 일정 관리와 외부 미팅 공유용

4. 소통 및 배포

  • 지메일 (무료): 메일 관리의 중심
  • 버퍼 (유료, 월 $15): 소셜 미디어 콘텐츠 일괄 작성 및 예약 배포

이 핵심 도구들만으로도 제 업무 80%를 처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핀테크 비즈니스 특성상 보안과 개발 관련 전문 도구들은 별도로 유지했지만, 기본적인 업무 흐름은 이 정도로 충분했어요.

디지털 미니멀리즘의 놀라운 효과

테크 스택을 줄이면서 예상치 못한 이점들이 나타났습니다:

  1. 정신적 선명함: 여러 앱을 관리하는 낮은 수준의 불안감이 사라지고 맑은 정신으로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투자 유치를 위한 피칭 준비나 주요 의사결정에 더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어요.
  2. 의사결정 피로 감소: 정보를 어디에 저장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줄어 창의적인 업무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건 정말 큰 변화였어요. 사소한 결정에 에너지를 덜 쓰니까 중요한 비즈니스 전략이나 제품 개발 방향 같은 핵심 의사결정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거든요.
  3. 깊은 작업 시간 증가: 방해 요소가 줄어들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고, 이는 업무의 질을 향상시켰습니다. 예전에는 하루에 적어도 5-6개 앱의 알림에 시달렸는데, 이제는 2-3개만 관리하면 되니 훨씬 편해졌죠.
  4. 간결한 업무 프로세스: 예전에는 제품 개발 과정을 개요, 조사, 기획, 설계 등 여러 단계로 나누어 트렐로에 정리했지만, 지금은 최종 결과물만 투두이스트에 마감일과 함께 추가합니다. 이렇게 간소화된 접근 방식은 각 프로젝트에 맞게 유연하게 작업할 자유를 줍니다.
  5. 팀 협업 개선: 팀 전체가 사용하는 도구가 줄어들면서 의사소통이 더 원활해졌어요. “이 정보는 어디에 있어요?”라는 질문이 확 줄었거든요. 회사 내 정보가 잘 정리되니 신규 입사자 온보딩도 훨씬 쉬워졌고요.
  6. 더 나은 결과물: 시간을 절약하고 집중력이 높아지면서 실제로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회사의 주요 제품 개발 사이클이 전보다 2주나 단축됐어요!

역설적이게도, 생산성 도구를 줄이면서 제 생산성은 실제로 향상됐습니다. 뭐, 다르게 말하면 생산성 앱에 중독됐던 내가 정신 차리게 된 거죠. 하하!

지속적인 테크 스택 관리 방법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유지하기 위해 저는 다음과 같은 규칙을 세웠습니다:

  1. 90일 사용 규칙: 3개월 동안 사용하지 않은 앱은 과감히 삭제합니다. 특히 월 5천 원 이상 나가는 구독형 서비스는 더욱 엄격하게 적용해요.
  2. 30일 대기 기간: 새로운 앱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고려 중인 도구” 목록에 추가하고 30일 후에 다시 확인합니다. 대부분의 초기 흥분은 사그라들고 정말 필요한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규칙 덕분에 충동적으로 구매한 앱들이 확 줄었어요.
  3. 기존 도구 최적화: 새로운 앱을 추가하는 대신 기존 도구의 활용도를 높이는 데 집중합니다. 저는 자동화 도구인 ‘엔터프라이즈'(한국형 자동화 서비스)를 통해 핵심 앱 간의 연동 자동화 워크플로우를 만들었어요. 예를 들어 카카오워크에서 특정 키워드가 언급되면 자동으로 투두이스트에 태스크가 생성되도록 설정했습니다.
  4. 분기별 감사: 3개월마다 테크 스택을 재평가하여 디지털 클러터가 다시 쌓이는 것을 방지합니다. 이 일을 달력에 꼭 표시해두고, 마치 집안 대청소하듯 정기적으로 진행해요.

생산성 향상을 위한 끊임없는 최적화는 오히려 실제 업무를 방해할 수 있어요.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멈추고 나서야 진정한 생산성을 발견했습니다. 너무 많은 앱들 사이에서 허우적대다가 결국 단순함의 미학을 깨달은 거죠.

테크 스택 감사를 시작하는 방법

이 글을 읽고 테크 스택 감사를 해보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단계로 시작해보세요:

  1. 앱 인벤토리 만들기: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에 설치된 모든 앱을 목록화하세요. 제 경우엔 놀랍게도 50개가 넘는 ‘생산성’ 관련 앱이 있더라고요. 충격이었어요!
  2. 사용 빈도 확인: 각 앱을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 정직하게 평가하세요. 스마트폰의 경우 ‘디지털 웰빙’ 기능을 활용하면 실제 사용 시간을 확인할 수 있어요.
  3. 비용 계산: 모든 구독료를 월별로 계산해보세요. 이 숫자가 생각보다 클 수 있습니다. 저는 월 45만원이 넘게 나가고 있었어요! 스타트업 초기 단계에선 꽤 부담되는 금액이었죠.
  4. 핵심 질문 적용: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질문으로 각 앱을 평가하세요. 저는 색깔 코드를 만들어서 필수(빨강), 유용(노랑), 거의 안 씀(초록)으로 구분했어요.
  5. 과감한 결정: 필요 없는 앱은 주저하지 말고 삭제하거나 구독 취소하세요. 처음엔 불안하겠지만, 대부분의 앱은 필요할 때 다시 설치하면 그만이에요.

제 경험상 이런 과정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아요. 첫 번째 감사에서는 가장 명백하게 불필요한 앱들만 제거하고, 몇 주 지켜본 후 두 번째 라운드를 진행하는 게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갑자기 모든 걸 바꾸는 부담 없이 점진적으로 테크 스택을 최적화할 수 있어요.

생산성의 역설 극복하기

생산성 향상을 위해 더 많은 도구를 찾는 대신, 핵심 도구들을 더 깊이 활용하는 방법에 집중해보세요. 제가 깨달은 생산성의 비밀은 결국 ‘덜 하는 것’에 있었습니다.

  • 하나의 도구로 여러 기능 활용하기: 노션 하나로 문서 작성, 데이터베이스 관리, 위키 구축이 가능해요. 처음에는 노션의 다양한 기능을 다 사용하지 못했는데, 유튜브에서 ‘노션 파워유저’ 채널을 구독하고 많이 배웠어요.
  • 자동화 구축하기: 엔터프라이즈나 태스커(태스크 자동화 앱)로 앱 간 연동을 자동화하면 수동 작업이 줄어듭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 메일로 특정 키워드가 포함된 메일이 오면 자동으로 알림이 오도록 설정했어요.
  • 배치 처리하기: 이메일, 메시지 확인, 소셜 미디어 활동 등을 하루 중 특정 시간대에만 집중적으로 처리하세요. 저는 오전 10시, 오후 2시, 오후 5시 딱 세 번만 이메일과 메시지를 확인해요. 대신 그 시간엔 완전히 집중해서 처리하죠.

제 블로그 글이 마감에 쫓기던 날, 여러 앱을 오가며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진짜 일에 집중했다면 스트레스 없이 마감을 지킬 수 있었을 거예요. 그때의 경험이 제게 커다란 교훈을 주었고, 지금의 디지털 미니멀리즘으로 이어졌습니다.

마무리: 도구는 도구일 뿐

생산성 앱과 도구들은 결국 우리 일을 돕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가끔은 새로운 도구를 찾는 데 시간을 쓰는 것보다, 현재 가진 도구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어요.

제 경험을 통해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이거예요: 생산성의 비결은 더 많은 앱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더 적은 앱을 더 잘 사용하는 데 있다는 것.

여러분도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통해 진정한 생산성의 기쁨을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불필요한 앱들을 정리하고 나면, 놀랍게도 머릿속도 함께 정리되는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

시작이 어렵다면, 오늘 하나의 앱만 삭제해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작은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듭니다!

참고자료

최현우

IT 기업에서 일하다가 현재는 작은 🚀스타트업 창업 3년차. 인생모토 = 불가능이란 환상에 빠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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