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봇 포인트, 강점과 약점을 넘어선 새로운 자기 이해법

6만원 내고 받은 ‘강점’ 보고서, 정말 믿을 만할까?

안녕하세요. IT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최현우입니다. 얼마 전 회사에서 팀원들과 함께 갤럽 스트렝스파인더 검사를 해봤어요. 6만원짜리 검사에서 나온 제 3번째 강점은 ‘경쟁성’이었습니다. “당신은 항상 이기고 싶어하는 사람이에요”라는 설명과 함께 말이죠.

솔직히 맞긴 해요. 저는 누군가와 경쟁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과연 ‘경쟁성’은 정말 강점일까요?

강점이 약점이 되는 순간들

회사에서 진행한 팀 미팅을 생각해보세요. 목표는 서로를 도와주는 건데, 제가 계속 ‘이기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아니면 취미로 하는 게임에서도 승부욕이 너무 강해서 재미가 사라진다면? 그때도 경쟁성이 강점일까요?

이런 고민을 하던 중에 흥미로운 개념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Pivot Points’라는 개념이에요.

강점도 약점도 아닌, 그냥 ‘나’라는 것

A Smart Bear 블로그의 제이슨 코헨이 제시한 피봇 포인트(Pivot Points)는 기존의 ‘강점-약점’ 프레임워크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입니다.

사진: UnsplashFilip Mroz

피봇 포인트란 정확히 뭘까?

농구를 해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드리블을 멈춘 후 한 발을 축으로 고정하고 다른 발과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기술, 바로 피봇이죠.

피봇 포인트도 똑같습니다.

  • 고정점: 바꾸기 어렵거나 바꾸지 않을 개인/조직의 특성
  • 자유도: 그 특성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전략을 펼칠 수 있는 영역

핵심은 이거예요: 우리의 특성들은 본질적으로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그냥 존재하는 사실일 뿐이다.

구체적인 예시로 이해해보기

제가 직접 겪은 사례들로 설명해드릴게요:

1. 완벽주의 성향

  • 🟢 장점으로 작용할 때: 제품 품질관리, 코드 리뷰, 중요한 프레젠테이션 준비
  • 🔴 단점으로 작용할 때: 빠른 프로토타입 개발, 애자일 스프린트, 즉석 아이디어 회의
  • 피봇 포인트로서: 그냥 “나는 완벽주의 성향이 있다”는 중립적 사실

2. 내향적 성격

  • 🟢 장점으로 작용할 때: 깊이 있는 개발 업무, 데이터 분석, 전략 기획
  • 🔴 단점으로 작용할 때: 네트워킹 이벤트, 영업 미팅, 대규모 컨퍼런스 발표
  • 피봇 포인트로서: 그냥 “나는 혼자 집중하는 걸 선호한다”는 중립적 사실

피봇 포인트를 발견하는 3가지 핵심 질문

이 개념을 실제로 적용해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우리 팀과 함께 시도해본 방법들을 공유해드릴게요.

1. 상황별 나의 반응 관찰하기

  • 어떤 상황에서 내가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이는가?
  • 반대로 어떤 상황에서는 ‘완전히 꽝’이 되는가?
  • 같은 특성이 어떻게 상반된 결과를 만드는가?

2. 에너지 소모 패턴 분석하기

  • 하루 종일 해도 전혀 지치지 않는 일은?
  • 30분만 해도 완전히 탈진하는 일은?
  • 내가 ‘물 만난 고기’가 되는 순간은 언제인가?

3. 타인의 관찰 활용하기
동료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세요:

  • “내가 정말 빛날 때는 언제야?”
  • “내가 완전히 망할 것 같은 상황은?”
  • “나와 함께 일할 때 어떤 환경을 만들어야 할까?”

피봇 포인트가 일반적인 ‘강점’과 다른 점

기존 성격검사들의 가장 큰 문제는 맥락을 무시한다는 것이에요.

갤럽에서 말하는 ‘전략적 사고’가 강점이라고 해봅시다. 근데 스타트업 초기에 빠른 실행이 필요한 순간에도 계속 전략만 세우고 있으면? 그게 정말 강점일까요?

피봇 포인트는 이런 식으로 접근해요:

  • ✅ “나는 신중하게 계획을 세우는 스타일이다” (중립적 사실)
  • ❌ “나는 전략적 사고가 강점이다” (가치 판단)

이 차이가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중립적 사실로 받아들이면 언제 활용하고 언제 보완할지 명확해지거든요.

성격검사의 한계를 넘어서

사실 MBTI나 갤럽 같은 성격검사들의 문제점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지적되고 있어요:

  • 낮은 재검사 신뢰도: 몇 달 후 다시 검사하면 결과가 바뀌는 경우가 많아요
  • 이분법적 사고: 복잡한 인간의 성격을 16가지나 34가지로 단순화하려는 시도
  • 상황적 맥락 무시: 같은 특성도 상황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

반면 Pivot Points는 이런 한계들을 깔끔하게 해결해줍니다.

나만의 피봇 포인트 찾기

그럼 어떻게 자신의 피봇 포인트를 찾을 수 있을까요? 3년간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팀원들과 함께 시도해본 방법들을 공유해드릴게요.

과거의 나를 돌아보기

우선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해보세요:

  •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끌리는 것들이 있나요?
  • 최근에 새롭게 발견한 자신의 모습은?
  • 10년 전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 연차가 쌓여도 여전히 흥미진진한 업무는?

저 같은 경우, 어릴 때부터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꽂혀 있었어요. 레고든 게임이든 회사든, 뭔가 체계를 세우고 최적화하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에너지의 흐름 관찰하기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해요. 몸이 말하는 신호를 놓치지 마세요:

  • 어떤 일을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세요?
  • 반대로 어떤 일은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받나요?
  • 하루 종일 어떤 일을 하면 피곤하지 않고 오히려 에너지가 생기나요?
  • 몸이 움츠러드는 상황과 활기차지는 상황은 언제인가요?

창업 초기에 직접 영업을 나가야 했는데, 정말 죽을 맛이었어요. 반면 제품 기획이나 개발 프로세스를 만들 때는 밤새워도 전혀 안 지치더라고요. 이런 게 바로 제 피봇 포인트를 알려주는 신호였죠.

타인의 시선 활용하기

혼자 생각하면 주관적일 수밖에 없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세요:

“내가 정말 잘하는 상황은 언제일까? 어떤 환경에서 내가 가장 빛날까?”

그리고 반대로:
“내가 완전히 망할 것 같은 상황은 언제야?”

팀원들이 해준 답변을 들어보니, 제가 생각하는 저와 타인이 보는 저 사이에 꽤 차이가 있더라고요. 이런 피드백이 객관적인 피봇 포인트를 찾는 데 정말 도움이 됐어요.

창업가의 관점에서 본 피봇 포인트

3년간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느낀 건, 개인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피봇 포인트가 있다는 거예요.

회사의 피봇 포인트 찾기

우리 회사의 경우를 예로 들어볼게요:

기술팀의 특성

  • 빠른 기술 적용이 피봇 포인트라면 → 안정성이 중요한 금융 시장보다는 혁신이 필요한 시장을 택해야 하겠죠
  • 완벽주의 성향이 강하다면 → 빠른 출시보다는 품질 중심의 전략이 맞을 거예요

영업팀의 특성

  • 관계 중심적이라면 → B2B 장기 계약에 유리하지만 B2C 빠른 전환에는 불리할 수 있어요
  • 데이터 중심적이라면 → 명확한 ROI 제시가 가능하지만 감성적 어필은 어려울 수 있고요

창업 초기의 피봇 포인트 활용법

창업 초기에는 모든 걸 다 잘하려고 하잖아요? 근데 그게 독이에요. 차라리 우리 팀의 피봇 포인트를 명확히 파악하고, 그걸 극대화할 수 있는 시장과 전략을 찾는 게 훨씬 효과적이더라고요.

예를 들어:

  • 우리가 기술 중심적이라면 → 기술 혁신이 중요한 B2B 시장 공략
  • 우리가 사용자 경험 중심적이라면 → B2C 앱 시장에서 차별화
  • 우리가 효율성 추구형이라면 → 기존 시장의 비효율을 해결하는 솔루션 개발

결국 “우리다움”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해요. 남들이 잘한다고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자연스럽게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찾는 거죠.

피봇 포인트로 전략 세우기

피봇 포인트를 발견했다면, 이제 이를 어떻게 활용할 차례입니다. 제가 실제로 적용해본 방법들을 공유해드릴게요:

1. 강화 전략: 시너지 찾기

여러 피봇 포인트가 동시에 발휘될 수 있는 영역을 찾아보세요.

예를 들어 저는:

  • 체계적 사고 + 기술 지향성 = SaaS 제품 기획에 최적화
  • 경쟁성 + 데이터 중심적 접근 = 성과 지표 개선에 몰입

이런 조합을 찾으면 정말 ‘물 만난 고기’가 됩니다.

2. 회피 전략: 약점 상황 피하기

피봇 포인트가 방해가 될 만한 상황들을 미리 파악하고 최대한 피하세요.

제 경우:

  • 즉흥적인 네트워킹 이벤트는 최대한 피하고
  • 대신 1:1 미팅이나 소규모 전문가 모임을 선호해요
  • 발표할 때도 충분한 준비 시간을 확보하죠

3. 보완 전략: 팀 구성의 묘미

나와 다른 피봇 포인트를 가진 사람들과 협업하면 마법이 일어나요.

우리 팀을 보면:

  • 저는 체계적 기획을 담당하고
  • 빠른 실행력을 가진 동료가 개발을 맡고
  • 소통 능력이 뛰어난 팀원이 고객 대응을 해요

각자의 피봇 포인트가 다르니까 서로 보완이 되더라고요.

4. 전환 전략: 상황에 맞는 모드 바꾸기

같은 피봇 포인트라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활용할 수 있어요.

‘신중함’이라는 피봇 포인트가 있다면:

  • 제품 기획 시: 철저한 시장 조사와 검증 → 장점
  • 위기 상황 시: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의도적으로 ‘적당히’ 판단 → 단점 보완

핵심은 언제 어떤 모드로 작동할지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거예요.

변화는 가능하지만 신중하게

Pivot Points는 바꿀 수 있지만, 함부로 바꾸려 하면 안 됩니다. 마치 농구에서 피벗풋을 바꾸는 것처럼, 큰 에너지와 리스크가 따르거든요.

팀 페리스의 조언을 빌리면:
“예상 보상의 1/4만 얻더라도, 예상 시간의 2배가 걸려도 여전히 ‘당연히 해야 할’ 수준인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 때만 Pivot Points 변화에 도전하세요.

불가능이란 환상에 빠지지 말자

제 모토는 “불가능이란 환상에 빠지지 말자”입니다. 하지만 이게 모든 걸 다 바꿔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오히려 자신의 Pivot Points를 정확히 알고, 그것을 중심으로 전략을 세울 때 진짜 불가능해 보였던 것들이 가능해집니다.

갤럽이나 MBTI 결과지를 서랍에 넣어두고, 이제 진짜 ‘나’를 이해하는 여행을 시작해보세요. 강점도 약점도 아닌,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법을 배우는 거예요.

여러분의 Pivot Points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것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계신가요?

📚 참고 자료

최현우

IT 기업에서 일하다가 현재는 작은 🚀스타트업 창업 3년차. 인생모토 = 불가능이란 환상에 빠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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