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심리 상담사 수진이야. 오늘은 나도 모르게 하고 있는 대화 습관, ‘부정하기’에 대해 이야기해볼게. 이 습관이 어떻게 인간관계를 망치는지, 그리고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 알려줄게.
왜 자꾸 부정하게 될까?
지난주 내 상담실에 30대 직장인 민지(가명)씨가 찾아왔어.
“팀원들이 제 의견을 존중해주지 않아요. 회의 때마다 제 아이디어는 항상 묵살돼요.”
그런데 대화를 더 나눠보니 흥미로운 패턴이 보였어. 다른 팀원이 아이디어를 낼 때 민지는 항상 “그건 이미 시도해봤는데 안 됐어요”라든지 “그건 좀 현실적이지 않은 것 같은데요”라고 반응하고 있더라고. “혹시 당신도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비슷하게 대하고 있진 않나요?”라고 물었을 때 민지씨는 깜짝 놀랐어.
“아… 전 그냥 솔직하게 말한 건데… 그게 부정적으로 들렸을까요?”
이처럼 우리는 자신의 부정적인 말버릇을 잘 알아차리지 못해. 왜 그럴까?
첫째, 우리는 좋은 의도로 부정해. 민지씨는 “실패할 일에 시간 낭비하지 말자”는 좋은 뜻으로 동료의 아이디어에 차가운 물을 끼얹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팀의 창의성과 소통을 막았어.
둘째, 우리는 현실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해. “그건 안 돼”라고 말하는 사람이 “뭐든 다 된다”고 말하는 사람보다 더 똑똑하고 현명해 보인다고 생각하기 쉽지.
셋째, 부정은 습관이야. 한번 부정적인 대화 패턴에 빠지면 그게 자연스러워져서 의식하지 못하게 돼.
그런데 이런 부정의 습관이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훨씬 커. 내가 상담했던 커플들을 보면, 서로를 자주 부정하는 커플일수록:
- 대화가 줄어든다
- 서로에게 솔직해지지 못한다
-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
-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지 않다
반면 서로의 말을 인정해주는 커플은 더 깊은 소통과 친밀감을 경험해. 그들은 서로에게 심리적 안전망을 제공하기 때문이야.
리프레이밍: 부정 대신 쓰는 마법 같은 대화법
리프레이밍(reframing)은 심리학에서 아주 중요한 개념이야. 쉽게 말하면 동일한 상황을 다른 틀(프레임)에서 바라보는 것을 의미해. 사진을 다른 액자에 넣으면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처럼, 상황이나 생각도 어떤 틀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어.
리프레이밍은 인지행동치료에서도 많이 활용되는 기법이야.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있는 내담자들이 자신의 부정적인 생각 패턴을 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바꾸는 데 도움을 주거든. 하지만 이건 치료 장면에만 국한되지 않아. 일상의 대화에서도 엄청난 마법을 부릴 수 있는 기술이지.
리프레이밍은 세 가지 핵심 요소로 이루어져 있어:
1 문제나 상황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2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해석이 변한다
3 새로운 관점은 더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향한다
연애 상담에서의 리프레이밍 사례를 하나 소개할게.
내 상담실에 방문한 한 내담자는 남자친구가 전화를 자주 안 받는 것에 속상해했어.
“남자친구가 나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제가 전화하면 잘 안 받거든요.”
여기서 두 가지 대응이 가능해:
부정적 대응: “그런 생각은 너무 비약인 것 같은데요. 바쁠 수도 있잖아요.”
이렇게 말하면 내담자는 자신의 감정이 부정당했다고 느끼고 더 방어적이 될 거야.
리프레이밍 대응: “전화를 받지 않을 때 당신에게 소중하지 않다고 느껴지는군요. 연락이 잘 되는 게 당신에게는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로 느껴지나 봐요?”
이 대응은 내담자의 감정을 인정하면서도, 그 상황을 ‘남자친구가 나를 안 좋아한다’는 프레임에서 ‘나에게는 연락이 안정감의 중요한 표현 방식이다’라는 프레임으로 전환시켜. 이를 통해 내담자는 자신의 욕구를 더 명확히 인식하게 되고, 문제 해결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어.
이런 리프레이밍은 상대방의 말을 단순히 부정하는 대신, 그 이면에 있는 욕구와 가치에 초점을 맞추는 거야. 결과적으로 상대방은 자신이 이해받고 존중받는다고 느끼게 되지.
일상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리프레이밍 3가지
1. 의도 리프레이밍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 자체보다 그 이면에 있는 의도나 목표에 초점을 맞춰보자.
부정적 표현: “그건 말이 안 돼.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리프레이밍: “그 아이디어의 핵심 목표가 뭐야? 그 목표를 이루는 다른 방법도 있을 것 같은데.”
이렇게 하면 상대방은 자신의 의견이 무시당하는 대신, 자신의 근본적인 목표가 인정받았다고 느끼게 돼.
2. 질문 리프레이밍
부정하는 대신 호기심 어린 질문으로 대화를 이어가보자.
부정적 표현: “그건 이미 시도해봤는데 실패했어.”
리프레이밍: “어떤 방식으로 시도했었어? 혹시 다른 접근법을 생각해볼 수 있을까?”
상담에서도 직접적인 조언보다는 적절한 질문이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아. 질문은 상대방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고, 스스로 깨달음을 얻게 하는 강력한 도구야.
3. ‘왜?’를 ‘어떻게?’로 바꾸기
“왜 그렇게 했어?”라는 질문은 종종 비난으로 들릴 수 있어. 대신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됐어?”라고 물어보면 상대방은 자신의 생각 과정을 설명할 기회를 갖게 돼.
이 작은 변화만으로도 대화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어. 실제로 한 커플 상담에서 이 기법을 도입했더니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는 피드백을 받았어.
자가 진단: 나는 무의식적으로 부정하고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나는 부정적이지 않아”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무의식적으로 부정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어. 다음 항목 중 3개 이상 해당한다면, 부정하는 커뮤니케이션 습관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
- 상대방이 말하는 도중에 자주 끼어든다
- “그것도 좋긴 한데…”라고 말하며 자신의 의견을 덧붙인다
- 다른 일을 하면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다
- “아니, 그게 아니라”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 대화 중 스마트폰을 자주 확인한다
심리적 안정감: 관계 개선의 열쇠
하버드 대학의 에이미 에드먼드슨 교수가 주창한 ‘심리적 안정감’은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부정이나 거절을 당할 염려가 없는 상태”를 의미해. 구글 연구에서도 생산성 높은 팀의 공통점이 바로 이 심리적 안정감이었어.
부정하지 않는 대화법을 익히면 모든 관계에서 상대방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할 수 있어. 그러면 상대는:
- “저 사람한테만은 솔직하게 내 생각을 말할 수 있다”
- “저 사람과 함께 있으면 있는 그대로의 나로 존재할 수 있다”
- “저 사람과 함께 있으면 일이 즐거워진다”
이렇게 느끼게 돼.
24시간 부정 금지 챌린지를 해보자
마지막으로 내가 추천하는 방법 한 가지! 하루 동안 모든 형태의 부정(말, 행동, 표정 등)을 의식적으로 피해보는 도전을 해보는 거야. 나도 이 챌린지를 해봤는데, 처음에는 정말 어려웠어. 하지만 하루가 끝날 무렵, 내가 얼마나 자주 부정적인 반응을 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됐지. 그리고 부정하지 않으니 상대방이 더 편안하게 대화에 참여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어.
리프레이밍은 단순한 대화 기술을 넘어 삶의 태도야. 문제와 갈등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능력은 더 풍요롭고 만족스러운 인간관계를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삶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거야.
부정하는 습관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아.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연습해보자. 그리고 혹시 실패하더라도 자신을 부정하지 말고, 그저 다시 시작하면 돼. 작은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든다는 걸 기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