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할수록 왜 달아나거나 매달릴까? 애착 유형 4가지로 읽는 내 연애 패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런데 그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면 갑자기 부담스럽다. 아니면 반대로, 조금만 연락이 뜸해지면 불안해서 미칠 것 같다가 막상 다시 가까워지면 또 식어버린다. 두 패턴 다 익숙하게 읽힌다면? 심리학에서는 이게 의지력이나 성격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어릴 때 형성된 애착 스타일(attachment style)이 성인 연애에 그대로 반복되는 것이다.

왜 같은 연애 패턴이 반복될까

존 볼비(John Bowlby)가 창시하고 메리 에인스워스(Mary Ainsworth)가 발전시킨 애착 이론은 원래 엄마와 아기 사이의 유대감 연구에서 시작됐다. 이후 하잔과 쉐이버(Hazan & Shaver)가 이 이론을 성인 낭만적 관계에 적용하면서 밝혀진 것이 있다. 우리가 어릴 때 주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사랑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처음 배우고, 그 패턴이 성인이 돼서도 연애에서 반복된다는 것.

상담실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대체 왜 나는 맨날 이런 사람만 만나는 걸까요?” 사실 이건 운이 나빠서가 아니다. 뇌는 익숙한 감정 패턴을 ‘사랑’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그 패턴을 반복할 수 있는 상대를 찾아간다. 논리가 아니라 신경계의 반사다.

4가지 애착 유형, 어떻게 다른가

불안형(Anxious): 상대가 조금 늦게 답장하면 “나한테 화났나?” 확인이 시작된다. 연락이 없으면 불안해서 먼저 메시지를 보내고, 그게 또 상대를 밀어내는 악순환이 생긴다. 신경계가 과활성화(hyperactivation) 상태다. 관계를 잃는 것에 대한 공포가 기본값으로 깔려 있다.

회피형(Avoidant): 가까워질수록 숨이 막힌다. 상대의 감정적 요구가 독립성을 위협하는 느낌이 들면 본능적으로 거리를 둔다. “나는 원래 혼자가 편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친밀감이 두려운 것이다. 신경계가 비활성화(deactivation) 상태다.

혼란형(Disorganized): 원하는데 두렵다. 가까워지고 싶은데 가까워지면 불안하다. 두 신경계 사이를 오가며 진동(oscillation)한다. 상대를 밀어냈다가 당기고, 다시 밀어내는 패턴이 반복된다. 주로 어릴 때 애착 대상이 동시에 위협 대상이었던 경험에서 비롯된다.

안정형(Secure): 갈등이 생겨도 “이건 해결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다. 혼자만의 시간과 함께하는 시간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연결을 잃지 않고 갈등을 통과하는 능력이 있다. (이걸 읽는 순간 내가 안정형이 아니라는 걸 확인했다면, 그래도 괜찮다.)

갈등이 진짜 애착을 드러내는 순간

애착 유형에 관한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게 있다. 애착 유형은 관계가 순조로울 때가 아니라, 상대가 나를 실망시키거나 비판하거나 공간을 요구할 때 비로소 드러난다.

연인이 “오늘 혼자 있고 싶어”라고 말한다. 이 한 마디에 신경계가 전혀 다르게 반응한다.

  • 불안형: “나한테 질렸나?” → 확인하려고 더 연락한다
  • 회피형: “잘 됐다” → 더 멀어진다
  • 혼란형: 매달리고 싶기도 하고 달아나고 싶기도 하다
  • 안정형: “그래, 이따 봐” → 자기 시간을 보낸다

안정 애착의 핵심은 갈등 회피가 아니다. 연결을 잃지 않고 그 갈등을 통과하는 능력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렇게 본다

상담실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조합이 불안-회피 커플이다. 불안형은 가까워지려 하고, 회피형은 멀어지려 한다. 이 긴장감이 오히려 서로를 끌어당기는 에너지처럼 느껴진다. “드디어 두근거리는 사람을 만났다”고 착각하기 쉬운데, 사실 그 두근거림의 상당 부분은 불확실성과 불안감에서 온다는 거다(진짜 솔직히 말하면 꽤 충격적인 사실이다).

근데 여기서 반전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애착 스타일은 고정이 아니라 유동적(fluid)이다. 자기 인식, 감정 조절 훈련, 안정형 파트너와의 교정적 관계 경험(corrective relational experiences)을 통해 “획득된 안정(earned security)”으로 이동할 수 있다. 뇌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계속 재배선(rewire)된다. 어른이 돼도 바뀔 수 있다는 거다.

오늘 당장 해볼 수 있는 것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 없다.

1. 반응 전 3분 멈추기 파트너가 뭔가 해서 감정이 확 올라올 때, 바로 반응하기 전에 3분을 멈춘다. “지금 내 신경계가 과활성화 상태인가?”를 알아채는 것만으로도 반사적 반응을 줄일 수 있다. 안정형이 가진 그 ‘통과하는 능력’은 사실 이 잠깐의 일시정지에서 시작된다.

2. 필요를 비난 없이 한 문장으로 불안형이라면 “왜 연락 안 했어?” 대신 “나 연락 기다리다 불안했어”라고 해보자. 회피형이라면 “그냥 피곤해” 대신 “혼자 생각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라고. 비난 대신 필요를 말하는 연습이 관계의 언어를 조금씩 바꾼다.

한 달 꾸준히 하면 관계 반사가 달라진다. 정말이다.

연애 패턴이 반복된다고 해서 내가 이상한 게 아니다. 뇌가 어릴 때 배운 것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다행히도, 뇌는 새로운 걸 배울 수 있다. 오늘 이 글을 읽고 “아, 나 불안형이었구나” 하고 느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패턴을 알아챈 순간, 이미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마침 오늘부터 시작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다.

이럴 땐 전문가와 함께

혼란형 패턴이 강하거나, 과거 관계의 상처가 일상에서 계속 영향을 주고 있다면 혼자 하기 어려울 수 있다. 애착 중심 치료(EFT, Emotionally Focused Therapy)나 심리상담을 찾아보는 것도 충분히 좋은 선택이다.

이수진

심리연구소에서 심리상담사 겸 콘텐츠 마케터로 일한다. 가끔 코딩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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