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꾸 헷갈리지? 선택맹 현상과 이별하는 방법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바뀐 선택, 내 정신이 어디로 갔지?

매일 퇴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보다 보면 어느새 집에 도착해 있다. 도대체 중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이게 다 주의력이 없어진 탓이다.

며칠 전 점심시간에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평소처럼 카페에서 시금치 샐러드를 주문했는데 직원이 내 주문을 잘못 알아듣고 연어 샐러드를 가져왔다. 그런데 웃긴 건 내가 “아, 네. 제가 연어 샐러드 시켰죠.”라고 대답한 거다. 내가 왜 이랬을까? 이런 현상을 ‘선택맹’이라고 한다.

선택맹이 뭐길래?

선택맹은 쉽게 말해서 ‘내가 한 선택을 까먹고 다른 걸 골랐다고 착각하는 현상’이다.

스웨덴 룬드 대학교의 피터 요한슨 교수 연구팀이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두 장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고 더 호감이 가는 사진을 고르게 했다. 그런 다음 마술사의 손기술로 사진을 바꿔치기했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자신이 고르지 않은 사진을 보면서도 “이 사람의 눈매가 정직해 보여서 골랐다”며 자신의 선택을 설명했다. 이런 현상을 ‘선택맹(Choice Blindness)’이라고 한다.

더 웃긴 건 정치적인 의견도 이렇게 바뀔 수 있다는 거다. “청소년 범죄 처벌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질문에 “반대”라고 답한 사람의 답변을 “찬성”으로 바꿔놨더니, 대부분이 눈치채지 못하고 오히려 왜 찬성하는지 그럴듯한 이유까지 대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때문에 더 심해진 선택맹

우리의 주의력은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끊임없이 울리는 카톡, 이메일, SNS 알림… 하루에도 수십 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주의력은 산산조각 나고 있다. 내 경험을 돌이켜보면, 재택근무를 하면서 업무용 메신저와 개인 메신저를 동시에 켜두다 보니 중요한 메일을 놓치는 일이 잦아졌다.

요한슨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주의력 부족은 선택맹 현상의 주요 원인이다. 인간의 뇌는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멀티태스킹에 취약하다. 피아노를 치면서 복잡한 수학 문제를 푸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는 매일 수십 가지 일을 동시에 하려고 한다.

회사에서도 이런 일 많이 있지 않나? 팀장님이 “이 기획안 어때?”라고 물으면 별 생각 없이 “좋은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한다. 가만 생각해보면 왜 좋은지는 모르겠는데 말이다. 이것도 일종의 선택맹이다.

선택맹에서 벗어나려면?

다행히도 선택맹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주의력을 되찾는 거다. 나도 요즘 퇴근 후 1시간은 ‘디지털 디톡스’ 시간을 갖는다. 스마트폰을 멀리 두고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는 시간이다. 처음엔 어색했는데 이제는 이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편안하다.

두 번째로는 전문성을 키우는 거다. 실험 결과를 보면 자기가 잘 아는 분야에서는 선택맹이 잘 안 생긴다. 예를 들어 커피 전문가한테 아메리카노를 카페라떼라고 속이면 바로 알아챈다는 거다. 그러니까 관심 있는 분야의 지식을 쌓으면 쌓을수록 좋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천천히 생각하기’다. 빨리빨리 결정하려고 하지 말고, 잠깐 멈춰서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걸까?” 생각해보는 거다. 특히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주의력 회복하기

  • 하루 중 특정 시간은 알림을 꺼두기
  •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기
  • 충분한 수면 취하기

전문성 키우기

  • 관심 분야에 대한 지식 쌓기
  • 분석적 사고력 기르기
  • 자신만의 견해 만들기

의식적인 선택하기

  • 중요한 결정 전에는 반드시 시간을 두고 생각하기
  • 선택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적어보기
  •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작정 따르지 않기

요한슨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자신이 잘 아는 분야나 평소 강한 의견을 가진 주제에서는 선택맹 현상이 덜 나타났다. 전문성을 가진 사람일수록 자신의 선택이 바뀌었을 때 이를 더 잘 알아차린다는 것이다.

오늘부터 실천하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 보는 대신 창밖을 5분만 바라보자. 점심 메뉴 고를 때도 “이거 먹을까? 저거 먹을까?” 잠깐이라도 생각해보자. 회의 때 의견 낼 때도 마찬가지다.

나는 요즘 퇴근 후 1시간은 ‘디지털 디톡스’ 시간으로 정했다. 스마트폰을 멀리 두고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한다. 놀랍게도 이런 작은 습관이 하루 전체의 집중력을 높여주는 것 같다. 당신도 지금 이 순간,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의 선택에 대해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찬호

교육을 전공하고 현재 피트니스 쪽에서 일한다.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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